▣ 쌍둥이 역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것은 1905년의 일이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1915년에 발표 되었다. 따라서 상대성이론은 이제 100년도 넘은 오래 된 이론이다. 그 동안 상대성이론은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쳤고, 실제로 여러 가지로 실생활에도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성이론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이론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상대성이론이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상식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상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고정 관념을 버려야 한다.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버려야 할 생각 중 하나가 시간에 대한 고정 관념이다. 우리는 시간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는 관계없이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일정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시간이라는 무대 안에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에서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그리고 심지어는 우주가 없어도 시간은 그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과는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절대시간’이라고 한다. 빅뱅이 일어나기 전에 “우주는 어떤 상태였을까?”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이미 마음속에 절대시간이 있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도 다른 물리량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측정하는 기준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양으로 취급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한 물리법칙이 성립하고, 빛의 속도가 항상 같은 값을 가지기 위해서는 관성계에 따라 물리량들이 달라져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도 포함된다. 시간이 관성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양이라는 생각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흔히 우리는 어떤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말을 쓴다. 상대성 이론에서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동시’라는 것이 어떤 뜻을 가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동시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예를 드는 것이 달리는 기차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은 기차의 중간에 타서 달리고 있고 한 사람은 기찻길 옆에 앉아있다고 하자. 길가에 앉아 있는 사람이 기차의 중간에 오는 순간 기차의 앞과 뒤에 벼락이 쳤고,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나 길가에 앉아 있는 사람 모두 벼락을 관측했다.


만약 길가에 앉아 있는 사람이 기차의 앞뒤에 동시에 벼락이 치는 것을 관측했다고 했다면 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관측했을까? 벼락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벼락을 친 불빛이 관측자에 도달해야 한다. 길가에 앉은 사람이 볼 때는 기차 앞뒤에서 오는 불빛이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 그러나 기차가 앞으로 달리고 있으므로 기차 안에 탄 사람이 볼 때는 앞쪽에서 오는 빛이 뒤쪽에서 오는 불빛보다 먼저 도달한다. 따라서 길가에 앉아있는 사람이 동시에 벼락이 쳤다고 관측했다면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은 앞쪽의 벼락이 먼저 쳤다고 관측할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성계에서 관측한 것일 뿐 관측에 아무런 오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두 사람이 관측한 것을 모두 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모든 관성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동시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절대 시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의 로렌츠변환식을 이용하면 v 의 속도로 상대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두 다른 관성계에서 측정한 시간이 어떻게 다르게 측정되는지 계산할 수 있다. 한 관성계에 고정되어 있는 시계를 이 관성계에서 측정한 시간이 t0 라고 할 때 이 관성계에 대하여 v 의 속도로 달리는 관성계에서 측정한 시간을 t 라고 하면 t0 와 t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식이 성립한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도이다. 모든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클 수 없으므로 근호 안의 값은 1보다 작다. 따라서 시계에 대하여 달리는 관성계에서 측정한 시간은 정지한 관성계에서 측정한 시간보다 천천히 간다. 시계의 시간만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니라 원자들의 운동도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생리현상도 천천히 일어난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속도는 빛의 속도에 비해 너무 느려 시간의 지연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입자 가속기와 같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입자를 다루는 설비에서는 이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시간의 지연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도 등장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강한 중력장을 통과하는 경우, 다시 말해 큰 가속도로 운동하는 계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

중력에 의한 시간의 지연은 지상에서의 정밀한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현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GPS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에서 오는 신호를 분석하여 위치를 계산해 낸다. 위성은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따라서 위성과 지구의 시계 사이에는 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지연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정확한 위치를 계산하기 위해서 이러한 상대성이론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의 상대성을 다룰 때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쌍둥이 역설이다. 쌍둥이 중의 형은 별나라를 다녀오는 우주여행을 떠났고 동생은 지구에 남았다. 우주여행을 떠난 쌍둥이 형은 빛의 속도의 80%나 되는 빠른 속도로 지구에서 10광년 떨어진 별까지 다녀왔다고 하자. 쌍둥이 형은 지구를 출발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가속하여 빛의 속도의 80%나 되는 빠른 속도에 이르렀고 별나라에 도착한 후에는 아주 빠르게 방향을 바꾸어 지구를 향하여 빛의 속도의 80%로 달리게 되었다. 지구 가까이에 와서는 다시 빠르게 속도를 줄여 지구에 착륙하여 쌍둥이 동생을 만났다고 했을 때 두 쌍둥이 중 누가 더 나이를 먹었을까?

지구에 남아 있는 쌍둥이 동생의 시계로 측정했을 때 쌍둥이 형이 별나라까지 가는 데는 12.5년이 걸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데도 12.5년이 걸린다. 따라서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동안에 지구의 쌍둥이 동생은 25살의 나이를 먹게 된다. 그러나 지구의 쌍둥이 동생이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쌍둥이 형의 시계를 관측하면 시계가 천천히 가기 때문에 우주 여행을 하고 있는 쌍둥이 형은 겨우 15살을 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쌍둥이 형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쌍둥이 형이 볼 때 자신이 여행하여야 할 거리는 10광년이 아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다음의 식에 의해 거리가 줄어든다.


따라서 우주여행을 하는 쌍둥이 형의 입장에서 보면 별나라까지의 거리는 10광년이 아니라 6광년이 된다. 이 거리를 왕복(12광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년이다.

그런데 여행을 하고 있는 쌍둥이 형이 보면 지구의 쌍둥이 동생이 뒤로 달리고 있으므로 지구의 시계가 천천히 간다. 따라서 여행하는 쌍둥이 형의 시계가 15년을 가는 동안에 지구의 시계는 9년 간 것으로 관측된다. 다시 말해 자신은 15살 먹었고 지구의 쌍둥이 동생은 9살 먹은 것으로 관측할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두 사람의 주장은 모두 정당하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 모두 정당하기 때문에 이것을 쌍둥이의 역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만약 두 쌍둥이가 서로 상대적으로 달리고 있었다면 두 사람은 끝까지 서로 상대방이 나이를 덜 먹었다고 관측할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성계에 있었으므로 서로 다른 시간을 측정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시간은 측정하는 사람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양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역설이 되는 것은 두 쌍둥이가 지구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서로 만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주여행을 하는 쌍둥이 형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속도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가속되고 있는 계는 중력장 속을 여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이것은 휘어진 시공간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장을 통과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 즉 지구의 시계가 빨리 간다. 속도를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이 아주 짧다면 우주여행을 하는 쌍둥이는 이 시간을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동안에 지구의 시계는 아주 빨리 가서 16년이 흐른다. 따라서 지구에 돌아와 보면 지구에 남아있던 쌍둥이 동생의 나이는 지구에 남아 있던 동생이 자신의 시계로 관측한 것과 같이 25살을 더 먹게 된다. 여행을 출발할 때와 도착할 때의 가속도는 지구의 관측자와 거의 같은 위치에서 일어남으로 시간지연이 일어나지 않는다. 중력장에 의한 시간 지연은 중력장안의 시계와 관측자 사이의 거리에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쌍둥이 모두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쌍둥이 형이 10살이나 젊다고 측정하게 되어 역설은 사라진다. 이것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빛의 속도의 80%라는 엄청난 속도로 달렸기 때문이다. 만약 먼 미래에 우주를 마음대로 여행하는 시대가 오면 우주 정거장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우주 열차에서 근무하는 것이 훨씬 나이를 천천히 먹는 방법일 것이다. 우주열차는 달리다가 멈추고 다시 달리기 위해 수없이 많이 가속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간이 천천히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쌍둥이가 실제로는 나이를 똑같이 먹는데 서로 달리면서 관측하기 때문에 나이를 다르게 먹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한다면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실제 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물리량이 무엇인지를 다시 따져보아야 한다. 실제 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다시 말해 절대시간이 존재하고 그것을 측정할 수 있다면 상대성이론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출처>네이버캐스트, 2010. 7. 11

'아하! 그렇구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와 시간  (0) 2010.07.11
시간의 방향성  (0) 2010.07.11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자  (0) 2010.07.11
어느 여자가 예쁜가요?  (0) 2010.07.10
구약성서 속 노아의 방주는 진짜일까?  (0) 2010.07.07
전기자동차의 종류 (HEV, PHEV, EV, NEV)  (14) 2010.07.06
Posted by TopARA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