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공룡기업들 `트라이버전스` 로 주도권 경쟁

애플 앱스토어ㆍ구글 클라우드가 변화 주도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의 대변혁 시동 걸어
한국은 하드웨어 개발 치중 경쟁력에 문제

"우리는 음악과 영화를 직접 만듭니다. 기기의 품질도 뛰어나 애플 제품처럼 10분마다 다운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애플의 아이팟 비즈니스를 능가할 수 있습니다."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은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타도 애플`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소니엔터테인먼트, 소니픽처스와 같은 자사 콘텐츠와 3DTV, 스마트폰(소니에릭슨) 등 소니가 자랑하는 기기를 결합한 융합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전략은 있지만 실행은 없어 `글로벌 공룡`으로 평가받던 소니 스트링어 회장이 애플을 잡겠다고 선언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소니의 타깃은 자신을 추월한 `삼성전자`가 유력했기 때문이다.

소니와 함께 `구질서`를 대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검색엔진(빙)과 게임(나탈) 등을 내놓고 구글에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윈도7, 윈도모바일7 등 새로운 OS를 잇달아 선보이며 `신질서`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S의 가장 큰 변화는 `웹 애플리케이션 오피스 2010`을 선보인 것이다. 이 제품은 직장, 학교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오피스(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작업과 공유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MS의 핵심 수익원인 소프트웨어를 비싼 가격에 CD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공급하고 서비스 요금을 받는 사업 모델을 채택한 것은 MS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구시대의 강자 소니와 MS 마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전략을 선택한 것은 글로벌 IT산업이 기존 패러다임(앙시앙레짐)을 벗고 새로운 체제로 진입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IT산업 `레짐 체인지`의 신호탄은 애플과 구글이 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IT산업에 불러온 진정한 변화는 새로운 스마트폰 `아이폰 3GS`가 아니라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존 휴대폰 업체(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롤라, LG전자)와 각국 이동통신사업자(보다폰, T모바일, NTT도코모 등)가 견고히 쌓아온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뚫고 개발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거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성공시켰다. 기존 방식이 `아파트 단지 내 상점`이라고 한다면 앱스토어는 `소프트웨어 백화점`이다. 1~2단계 터치만으로 아이폰, 아이튠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은 2007년 첫 출시 이후 3년도 안돼 누적판매량 3500만대를 돌파했으며 앱스토어는 출시 1년 만에 등록된 게임, 미디어 등 콘텐츠(애플리케이션) 10만개, 다운로드 횟수 20억회를 돌파했다. IT 시장정보업체 IDC는 내년 아이폰 콘텐츠는 30만개로 지금보다 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은 최근 인터넷 기반 컴퓨팅으로 불리는 `클라우드(Cloud)`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본격화했다. 클라우드컴퓨팅은 무거운 PC(노트북, 데스크톱) 없이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기, 내비게이션에서도 구글 메일, 구글 캘린더, 사진, 검색, 자료 보관 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구글이 공개한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는 글로벌 IT산업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셋톱박스, TV 등 사실상 모든 전자기기에 안드로이드가 채택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콘텐츠 업체는 물론 국내 KT,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도 기본 OS를 안드로이드로 선택할 만큼 파괴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과 구글이 올해 내놓은 제품(서비스)은 글로벌 IT산업은 물론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임의 법칙을 새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을 파악하고 재빨리 동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한결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까지 결합하는 3중융합(트라이버전스ㆍTrivergence)를 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트라이버전스는 하드웨어(휴대폰, MP3, 게임기, TV 등)를 통합하고 이를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OS, 인터넷 등)는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하게 공급하며 이를 유지 보수하는 서비스 대가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하나의 업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구매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트라이버전스를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기업 간 인수ㆍ합병(M&A)도 트라이버전스형 제품(서비스)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캠코더 업체(플립)를 인수한 데 이어 영상회의 전문업체(텐드버그)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 IT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산업 간 융합이 부진해 신질서에 발맞추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대표 IT기업이자 글로벌 하드웨어 강자 삼성전자는 9일 처음으로 자체 소프트웨어(바다)를 선보였을 정도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서 내세울 만한 제품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 개화에 따라 모바일 검색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개방화를 추구할 정도로 글로벌 흐름에 비해서는 게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흐름에 비춰봤을 때 그동안 한국 IT산업이 소프트웨어 분야를 키우지 못한 것은 향후 국가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제기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선진 기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 용 어 >

●클라우드컴퓨팅 = 인터넷 기반의 컴퓨팅을 말한다. 정보가 인터넷상의 서버에 영구적으로 저장되고 사용자는 서버에 있는 정보를 빌려쓰는 식이다. 모든 컴퓨터에 대용량 하드디스크 등 시스템을 장착할 필요가 없어 개인이 가지고 다녀야 하는 장비나 저장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트라이버전스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가 융합되는 현상을 말한다. PC 기반의 인터넷, TV 기반의 미디어, 휴대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인터넷, 모바일 TV, IPTV 등의 컨버전스(융합) 솔루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을 의미한다.

●3스크린 = TV와 인터넷, 모바일의 3개 화면을 말한다. 기기 간 통합으로 모든 기기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원 콘텐츠 멀티 디바이스)하려는 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다.


<출처> 매일경제, 2009.12.09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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