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모바일시장엔 HW만 있고 SW·서비스가 없다

국내 SW산업 77억弗…세계시장의 1% 불과
전문가들 "한국 IT산업 잠재력은 세계 최고"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 수요 발굴땐 승산있어

모바일 소프트웨어 P사를 운영하는 이 모 사장(42)은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 올릴 신개념 스포츠 게임을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다.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서 열흘 만에 판매 10만대를 돌파하는 등 태풍 조짐을 보이자 아이폰 이용자의 눈길을 끌 게임을 서둘러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도 직전에까지 몰렸다.

이동통신사를 모두 찾아갔지만 기존 협력업체가 아니면 등록이 어렵다고 퇴짜를 맞았다.

이 사장은 "한국에서는 이통사에 맞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심판조차 받을 수 없었다"며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은 누구나 아이디어만 좋으면 대박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에는 빛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산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융합한 트라이버전스(삼중 융합) 시대로 진입하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참담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전자 제조업체들은 존재하지만 세계에 내놓을 만한 소프트웨어, 콘텐츠업체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트렌드를 이끄는 3개의 기둥 중 2개(소프트웨어, 서비스)가 부족해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인 티맥스소프트는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글과컴퓨터는 경영권이 바뀌는 등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시장 규모는 77억달러(2008년 기준)로 여전히 세계시장의 1.1%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IT 서비스산업이 포함된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0.5~0.6% 수준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투자도 부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국가 GDP 대비 지식투자`에 따르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유일하게 OECD 국가의 평균 이하인 1.3%를 기록했다.

세계 IT산업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모바일`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심각성은 더한다. 최근 글로벌 휴대폰 1위 노키아도 휴대폰 제조업을 버리고(아웃소싱) 애플처럼 콘텐츠와 서비스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은 완전히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산업 경쟁력 상실은 IT산업 성장의 아킬레스건을 넘어 `치명타`로 꼽힌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융합 시대를 맞아 그동안 한국이 소프트웨어산업을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 있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 다급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IT 전문가들은 글로벌 모바일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 IT산업의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와이브로, 와이파이(WiFi) 인프라도 세계 정상권이다. 지상파DMB의 단말기 대수가 2500만대에 이를 정도로 이동 영상 서비스도 기대 밖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은 "애플은 없는 시장을 만든 게 아니다. 물꼬를 터주면 한국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며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수요만 창출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한국의 IT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많이 성장했지만 국내에서 경쟁적인 환경은 잘 안 이뤄졌다"며 "경쟁을 활성화하면 충분히 모바일 선진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애플 앱스토어(App Store)의 개방형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애플 앱스토어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깔아놓은 서비스를 사용자(유저)들이 편리하게 선택하도록 만든 모바일 장터다. 누구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올리고 고객은 이를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마당을 펼친 덕분에 11만개에 달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쌓여 있다. 이는 아이폰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출처> 매일경제, 2009.12.11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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