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이암컷화를 촉발한다

인류가 만들어 낸 화학물질은 10만 가지가 넘는다. 상당수 화학물질은 내분비 호르몬 계통에 크고 작은 이상을 초래하고 있지만 전체 화학물질의 99%는 단속규정 자체가 없으며, 85%는 위해성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다.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는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는 물론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까지 급속 확산돼 암컷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암컷화란 오염물질에 취약한 수컷이 내분비 호르몬 계통에 이상을 일으키면서 암컷으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이 같은 암컷화가 가속화된다면 먼 미래에는 암컷만 존재하고, 수컷은 번식을 목적으로 한 최소한의 숫자만 사육될지도 모른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보면 자웅동체의 암컷이 번식을 담당하거나 암컷만으로도 번식이 이뤄지는 처녀생식으로까지 치달을 개연성도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인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 했다. 남성과 여성은 원래 하나로 합쳐져 있었으며, 각 각 4개의 팔다리를 통해 신(神)과 대결할 만큼 힘을 가 졌었다는 것.

하지만 신에 대한 도전으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현재와 같이 2개의 팔과 2개의 다리를 가진 남성과 여성으로 분리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화론에서는 인간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진화론에서는 단세포동물과 같은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수컷과 암컷이 분리됐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른다면 수컷과 암컷이 한 몸을 이루는 자웅동체 또는 하나의 성(性)만 남는 것은 인간 힘의 회복을 의미한다.

반면 진화론에 따른다면 자웅동체 또는 하나의 성만 남는 것은 진화의 역행이며 퇴화인 셈이다. 현재 지구 생태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10만 가지의 각종 화학물질과 이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 등 대부분의 생물종에 걸쳐 암컷으로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과연 진화의 수레바퀴가 선택한 미래의 생존자는 암컷일까.

암컷으로의 급격한 진화

올해는 진화론이라는 가설을 최초로 세운 찰스 다윈이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며, 진화론을 알린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이 발행된 지 150주년 되는 해다. 진화론은 자연적으로 발생된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해 현재의 인류가 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가설을 담아 지난 1859년 발행된 종의 기원은 신이 생명체를 창조했다는 기존의 창조론을 뒤집으며 현대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진화론은 지금도 종교계를 비롯해 창조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진화론은 신학으로부터 과학을 분리해 내고, 현대과학을 일궈낸 기반이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구 생태계는 첫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가장 빠른 속도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구 생명체는 단세포동물에서 다세포동물 등 각 단계 별로 폭발적인 진화를 거듭했다는 것이 진화론을 토대로 한 과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것만큼 빠른 속도의 진화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생물종의 진화는 무척추동물에서 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어류·양서류·파충류· 조류는 물론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까지 폭넓게, 그리고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다. 바로 암컷화 (ferminization)다.

암컷화란 환경오염에 취약한 수컷 이 내분비 호르몬 계통에 이상을 일으키면서 암컷으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이뤄지고 있는 급격한 암컷 화는 진화론을 입증하는 실질적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암컷화가 자연의 틀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각종 화학물질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만일 암컷화가 가속화된다면 먼 미래에는 암컷만 이 존재하고, 수컷은 번식을 목적으로 한 최소한의 숫자만 사육될지도 모른다.

보다 극단적으로 보면 자웅동체의 암컷이 번식을 담당하거나 암컷만으로도 번식이 이뤄지는 처녀생식으로까지 진화가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더 이상 수컷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암컷 화는 수컷의 멸종을 유발하는 전주곡일지도 모른다.

암컷화 유발하는 환경오염

생물종, 특히 인간의 암컷 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환경오염이다. 현재 인간은 10만 가지의 각종 화학물질을 만들어내 사용하고 있지만 이중 85%에 대한 위해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10만 가지의 화학물질 중 99%는 아무런 단속규정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바다 또는 토양으로 흘러들어가 동물의 체내에 쌓이고 있다. 암컷화는 이들 화학물질 가운데 폴리염화비페닐,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 동물의 체내에서 암컷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폴리염화비페닐은 염소와 비페닐을 반응시켜 만드는 유기화합물로 물에는 녹지 않지만 기름이나 유기용매에는 녹는다. 절연성이나 열의 보존성이 높아 변압기, 자동차 자동변속기의 전기절연체, 테이프, 도료, 인쇄잉크 등에 쓰인다. 지난 1930년대 와 1940년대를 거치며 공업용으로 널리 사용됐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생명체에 해롭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산과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산업용 화학물질로 1930년대 이후 많은 플라스틱류의 가소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아용 조유(milk formula)·치즈·마가린·스낵용 과자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들 환경호르몬은 암컷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반면 수컷 호르몬인 안드로겐은 억제시킨다.

이 때문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동물은 체내에서 암컷 호르몬 과잉상태가 되고, 결과 적으로 암컷화가 이뤄지게 된다. 이는 성(性) 정체성 문제로 인위적인 성전환 수술을 하는 트랜스젠더의 경우와 유사하다.

남성이 여성으로 성을 전환할 때 생식기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여성 호르몬을 투여해 여성화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는 것. 생물종의 암컷화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합성 에스트로겐이 주요 성분인 피임약이 물에 버려진 뒤 여기에 노출된 바퀴벌레 수컷이 완전한 암컷으로 성전환된 사례가 보고돼 있다.

또한 식품 포장지를 비롯해 청소용품, 플라스틱, 페인트 등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이 생식기 기형이나 정자 수 감소를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이는 암컷이 태생적으로 환경호르몬과 같은 오염물질에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진화론적인 시각에서도 정상적인 흐름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종은 생존력이 강하거나 똑똑한 종이 아니라 단지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진화론으로 보면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호르몬에 대해 암 컷이 보다 잘 적응하는 종이고, 이 때문에 수컷이 암컷으로 진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암컷화를 촉발한 원인으로 환경오염을 꼽는다. 우리가 버린 이들 화학물질들이 토양으로 스며든 뒤 식품을 통해 체내에 재흡수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시킨다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인간을 포함한 수컷 포유류들에게 왜소 음경 현상, 임신 실패율 증가,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급락 등이 광범위하게 발견되며 암컷화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비정상적 수치의 난황단백질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수컷의 암컷화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발견됐다. 하지만 대부분 무척추동물이나 하등동물에서 발견됐으며, 자웅동체 또는 수컷의 생식능력 퇴화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국의 비정부 환경단체인 켐 트러스트 (CHEM Trust)가 환경호르몬 및 암컷화와 관련된 250여 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비정상 적인 진화가 척추동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포유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류·양 서류·파충류·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에서도 난황 단백질(VTG;Vitellogenin)이 발견되고 있는 것. 난황단백질은 암컷의 간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암컷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체내에서 활발히 작용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컷의 체내에서 비정상적인 수치의 난황단백질이 발견됐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암컷화가 진행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영국 저지대 연안에서 잡히는 넙치와 북해의 대구 등 어류의 수컷에서 난황단백질이 발견된 것을 비롯해 미국 플로리다의 케인 두꺼비 등 양서류, 그리고 미국 5대호 연안의 거북이 등 파충류에서도 난황단백질이 발견됐다.

또한 스페인에서 서식하는 송골매 등 조류에서도 난황단 백질이 발견됐다. 영국 저지대에서 잡힌 수컷 넙치의 경우 이미 생식기 안에 알을 품고 있는 성교란 현상이 나타났으며, 플로리다의 케인 두꺼비는 지난해 약 40%가 자웅동체 현상을 보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암컷화가 인간이 포함된 포유류에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왜소 음경 현상

영국에서 발견된 수달과 설치류의 경우 생식기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지는 왜소 음경현상 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북해의 물개와 바다사자는 임신 실패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래와 북극곰은 성인 수컷의 생식 기능을 좌우하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특히 북극곰의 경우 수컷 생식기의 미발달로 성별 구분이 어려운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밖에 알래스카 수사슴의 3분의 2는 뿔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왜소 음경 현상, 임신 실패율 증가, 테스토스테론 수치 하락, 그리고 생식기의 미발달은 세계 각지의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오염으로 암컷화를 유발한 인간은 여기서 자유로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안전하지 못하며, 이미 암컷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 켐 트러스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 기능을 하 기 어려울 정도의 왜소 음경을 가진 남자아이들이 잇따라 태어나고 있다.

미국 뉴욕 주에 있는 로체스터연구소는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의 수치가 높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자 아기들을 조사한 결과 성기가 작고 고환이 돌출되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 대학에서는 폴리염화비페닐에 노출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자 아이들이 인형이나 찻잔 세트를 갖고 놀기를 좋아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러시아·이탈리아 등의 화학물질 오염지역에서는 여자 아기가 남자 아기보다 두 배 정도 많이 태어났다.

보편화되고 있는 정자 수 감소

수컷의 정자 수 감소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다. 실제 세계 20개국의 조사결과 지난 50년간 남성의 정자 수는 정액 1㎖당 평균 1억5,000만개에서 6,000만개로 줄었다. 이는 현대사회 속에서 남성의 신체활동 저하를 비롯해 전자파, 스트레스, 식생활 변화 등 여러 가지 요 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것이지만 결론은 암컷화의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의 의학 잡지에 실린 1992년 연구논문에 의하면 1940년 1㎖당 1억1,300만개이던 덴마크 남성의 정자수는 1990년 6,600만개로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아시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1998년 일본의 도쿄 근교에 사는 40대 전후 남성의 평균 정자 수는 1㎖당 8,400만개였지만 20대 남성의 평균 정자 수는 4,600만개에 불과했다. 이는 현대 남성의 경우 연령대가 낮으면 낮을수록, 그리고 과거에 생존했던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정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켐 트러스트 보고서의 대표 집필자인 귀네 라이온즈는 “지금 속도로 수컷이 암컷화되면서 다음 세대를 생산하기 위한 수컷의 역할이 방해 받는다면 동물 개체 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암컷화를 초래 하는 화학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연 진화의 수레바퀴는 각종 환경호르몬과 오염 물질을 쏟아낸 인류에 대해 보복, 즉 암컷만을 선택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과학이자 미스터리인 셈이다.

<출처> 파퓰러사이언스, 2009-02-11

Posted by TopARA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EDA 2009.08.24 0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이라 담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