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을 이용한 에너지생산 연구개발

유전자 변형된 대장균(작은 막대기 모양)이 당분을 가솔린과 비슷한 탄화수소로 바꾸고 있다.

배양접시 위의 석유 정제소인 셈이다.

기존 석유를 대체할 주요 에너지인 에탄올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현재의 인프라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석유보다 에너지 밀도 역시 낮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채취한다고 해도 연간 사용되는 가솔린의 12%만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은 미생물을 이용해 무공해 가솔린, 제트연료, 그리고 디젤유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치 석유(石油) 유출 사고현장을 찍은 항공사진 같다. 사진을 보면 액체가 웅덩이를 만들면서 지저분하게 주변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석유에 범벅이 된 바다표범과 바닷새들이 무거워진 몸을 질질 끌며 다니는 모습까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현미경으로 본 영상으로 대장균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보기와는 반대로 이 미생물은 석유를 유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석유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뉴욕 타임스의 과학 기고가이자 잡지 슬레이트의 칼럼니스트인 아만다 쉐퍼는 캘리포니아의 에머리빌에 와 있다. 그녀는 이곳에 있는 아미리스 바이오테크놀로지(Amyris Biotechnologies)사의 설립자이자 생물학자인 잭 뉴먼의 초청을 받아 컴퓨터 화면으로 이 영상을 보고 있다.

아만다의 눈앞에 있는 유전자 변형 대장균은 상당히 쓸모 있는 미생물이다. 실제 아미리스는 당분을 먹으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가솔린과 제트연료, 그리고 디젤과 같은 뛰어난 품질의 연료를 생산해 내는 대장균을 만들었다.

아미리스는 놀랍고도 신기한 방법으로 환경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극소수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만든 가솔린으로 현재의 가솔린 문제를 해결하는데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석유를 대체할 주요 에너지인 에탄올(일종의 알코올)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현재 쓰는 인프라로는 보낼 수 없다. 또한 미네소타 대학의 경제학자 제이슨 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채취한다고 해도 연간 사용되는 5,510억ℓ의 가솔린 중 12%만을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셀룰로오스 에탄올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 셀룰로오스 에탄올은 씨앗이 아니라 식물의 줄기와 가지에 있는 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에탄올은 에너지 밀도가 석유계 연료보다 낮다.

이 때문에 미생물을 통해 환경 파괴가 덜한 가솔린을 만들어 보려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생물이 당분을 탄화수소 연료로 바꿔주고, 이 연료가 타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사탕수수가 흡수하는 식으로 순환시킨다면 결과적으로 볼 때 땅에서 석유를 파낼 필요도 없고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지도 않는 가솔린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대장균 주변의 기름 웅덩이는 이 꿈을 현실로 바꾸어주고 있다.

아만다가 “이것으로 세계를 구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뉴먼은 “세계를 구하는데 보탬이 된다”고 대답했다.

급진적이지만 실용적인 방법

뉴먼은 아만다의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료들은 한 가지 기술만 가지고서는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에탄올 연구에 합류하는 것도 해답이 안 된다. 이들의 조언자인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환경공학과 교수 제이 키슬링에 따르면 그런 행위는 파이(π: 원주율)에 새로운 숫자를 더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에 따라 아미리스는 다른 방향에서 인류의 석유 문제에 접근했다. 다른 곳에서 얻은 유전자를 미생물에 접목시키는 유전자공학 기술을 사용,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당분을 가솔린과 같은 탄화수소계 연료로 전환시켜 보자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가솔린은 당분간 쉽게 사라질 연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생물이 만든 탄화수소 연료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매우 뛰어난 에너지다.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 기존의 파이프라인을 사용, 주유소에 보급할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 또한 높다. 그리고 수십 년간의 기계공학적 혁신을 거듭한 끝에 개발된 현재의 가솔린 엔진은 탄화수소 연료에 최적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발효를 통해 자연스럽게 당분을 에탄올로 바꾸는 것과는 달리 당분을 탄화수소로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키슬링은 자연의 섭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 주장한다.

그는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아미리스는 발효 작용을 통해 석유를 얻어낼 수 있도록 유전자를 개량할 것이다. 미생물에 다른 효소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음으로서 당분을 탄화수소로 바꾸는데 꼭 필요한 일련의 화학적 전환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로서 미생물은 소형 석유시추선이 되는 것이다.

아미리스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 실험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과 미국이 매일 수입하는 2,000만 배럴의 원유를 부분적이나마 대체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미생물 단련하는 양조장

아미리스는 매우 활발하게 일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순 어느 오후. 미소 띤 얼굴의 연구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유전자 배열 분석 장치, 현미경, 플라스크, 피펫, 냉장고, 작은 호박들을 다루고 있다.

실험용 가운에는 연구원의 이름 대신 ‘콩’, ‘야생 타입’ 같은 별명이 자수돼 있다. 뉴먼은 아미리스가 대학 연구실 같은 분위기며, 게다가 모든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누구라도 알 수 있듯이 지적재산이야 말로 이런 회사의 중요한 자본이다. 아미리스 직원들은 자신들의 기술적 능력에 대해 자세히 떠벌이지 않는다.

그들은 분자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열심히 마킹만 했다.

아만다가 방문한 날 그들은 매우 꼼꼼히 일하고 있었다. 화학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쓰는 핵자기공명기가 있는 실험실에서 아만다가 뉴먼에게 과거 화학연구실에서 일했던 때를 이야기하자 그는 약간 신경을 곤두세우더니 아만다를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서는 순간적으로 전류를 흘려 세포벽에 일시적인 구멍을 내는데, 전기도금기라는 물건을 쓴다고 했다. 세포벽에 구멍을 내야 여러 유기체에서 얻은 유전자를 세포에 이식할 수 있다.

올바른 유전자가 들어간 미생물을 만들면 약품, 식품첨가제, 연료 등 모든 것에 쓰이는 화학 전구체를 만들게 된다. 전구체란 특정 물질을 만들어 내기 이전에 선행하는 물질을 말한다.

아미리스는 미생물을 작은 석유 공장으로 바꾸기 위해 사탕수수 같은 바이오매스의 당분을 먹으면 탄화수소를 분비하는 유전자를 대장균과 다른 여러 미생물들에 심는다.

물론 말로는 쉽다. 아미리스 실험실에서는 수 십 명의 젊은 과학자들이 미생물과 씨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생물들이 당분을 연료로 바꾸도록, 그리고 최고로 많은 연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뉴먼의 말을 빌리자면 그 비결은 하루 종일 미생물에 대해 생각하고, 미생물을 만들어보고, 무수한 미생물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미생물 실험과 개량에는 컴퓨터 분석의 힘을 크게 빌린다. 랜스 키저라는 생물학자는 컴퓨터 스크린을 가리키면서 각 미생물의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각 유전자의 활동은 스크린 위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뉴먼은 “이 일은 원활한 작업 진행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분을 원하는 화학물질로 잘 바꾸어주는 미생물이 필요하지만 부산물과 독소는 미생물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생겨서는 안 된다. 키저의 분석을 통해 어떤 유전자를 변형시켜야 아미리스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주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아만다와 뉴먼은 몇 명의 과학자들이 유전자 변형된 미생물과 당분이 든 플라스크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는 큰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내용물을 휘저은 다음 기름방울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아미리스의 연구자들은 하루에도 이런 실험을 수 백 건이나 한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양조장’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이 방의 벽에는 구리 파이프가 노출돼 있었고, 여러 개의 철제 발효 조(槽)와 한 개의 커다란 양조 용기가 있었다. 뉴먼은 “훌륭한 미생물을 얻으면 이곳으로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곳이야말로 전체 공정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미생물이 대규모로 기능하는 상태를 측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가혹한 연료제조 환경 아래에서도 살아남도록 단련시키는 것이 열쇠다. 실제 작업환경에서는 열을 내는 미생물들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에 미생물들은 고온, 고압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뉴먼은 “약품 생산용으로 기르는 미생물들은 단가가 비싸며 따라서 조심스럽게 다룬다”면서 “하지만 연료를 생산하는 곳이라면 일단 발효 조부터가 구식인데다 비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청소도 잘 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것은 전혀 별개의 세계라는 것이다.

약품에서 연료까지

아미리스는 키슬링이 버클리 연구실 박사 후 연구원이던 2001년 뉴먼, 닐 리닝거, 킨케드 레일링이 함께 참여해 설립됐다.

당시 뉴먼은 특정 분자를 감지해 내는 바이오센서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었고, 키슬링과 함께 박사 학위를 취득한 리닝거는 미생물을 사용해 환경을 정화하는 생물적 환경정화에 관심이 있었다. 저녁마다 리닝거와 뉴먼, 레일링은 키슬링의 집으로 가서 창업 아이디어를 나누곤 했다.

그 자리에는 또 다른 박사 후 연구원이던 빈스 마틴도 함께 했다. 리닝거는 그를 다섯 번째 딱정벌레로 불렀다. 리닝거는 “우리는 일인당 와인 한 병씩 가져와서는 싸구려 피자나 중국 요리를 주문해 함께 먹었다”면서 “이런 저녁 회의를 하면 할수록 생산성은 점점 높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 이들은 조류(藻類)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방법을 검토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그들의 관심은 키슬링의 연구실에서 이미 실행 중이던 프로젝트, 즉 인공생물학을 이용해 알테미시닌이라는 말라리아 약을 값싸게 생산하는 방법으로 옮겨갔다.

뉴먼은 “당시 우리는 그 기술에 심취해 있었다”면서 “우리는 너무나 웅대한 꿈을 꾼 나머지 그 기술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하는 것은 관심 밖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들은 어떻게 하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제품을 시장에 진출시킬지 몰랐다. 그래서 그들은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지원받자는 생각을 했다.

그 계획은 실제 이루어졌다. 2003년 버클리 대학은 아미리스와 원 월드 건강연구소라는 비영리조직을 합병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1년 후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들에게 4,260만 달러의 알테미시닌 연구비를 지원했다. 아미리스는 비영리적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동의했다.

뉴먼은 “일을 시작하고 나서 1년 반 동안 우리는 알테미시닌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까만 생각하며 머리를 싸매고 다녔다”고 말했다. 아미리스는 올해 내로 제약회사에 알테미시닌 생산 기술을 넘겨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 팀은 알테미시닌 생산과는 별도로 이번에는 돈이 되는 제2호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알테미시닌의 핵심 기술을 사용하면 저렴한 비타민, 조미료, 방향제 등 수천 가지의 물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이 팀은 저렴한 딸기 맛 조미료에 손을 대보기도 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바이오연료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영화 ‘불편한 진실’이 개봉되기 몇 달 전이었다.

벤처 자본가들은 바이오연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미리스 팀도 번듯한 사무실에 앉아 종이를 꺼내놓고 화학구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완벽한 연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쉽게 얼지도 않고, 분자 당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비용 대비 효과도 높은 안정적인 혼합물이었다. 이러한 물질 중 일부는 알테미시닌과 비슷한 점도 있었다.

이들은 여러 가지 분자 구조를 가지고 실험을 했으며, 더 나아가서 유전자 변형된 미생물로 이 새로운 물질을 만들려고 했다. 갑자기 아미리스는 에너지업계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도박사의 꿈

이 팀의 멤버 중에서 리닝거 만큼 환경운동가와 자본가의 상반된 모습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반된 모습은 이상적이고 위험성이 높지만 잘 되면 큰돈을 벌수도 있는 사업에 꼭 필요한 것이다.

MIT 학부생 시절 그는 내연기관과 공기오염 억제에 대해 배웠다. 그는 생물적 환경정화에 대해서도 연구했고, 언젠가 에너지 회사를 차릴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는 블랙잭을 하면서 학비를 벌었다.

1994년 리닝거는 악명 높은 MIT 블랙잭 팀에 가입했다. 이 팀은 카드 게임에 대한 통계 분석을 통해 1990년대 라스베이거스에서 수백만 달러를 긁어갔다. 친구를 따라 이 동아리에 영입된 리닝거는 주말마다 항공편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필요에 따라서는 변장을 하고 잠시 동안 도박을 했다. 리닝거는 어떤 때는 10만 달러 이상을 따기도 했다.

뉴먼은 카드놀이에 빠져 살던 리닝거에게 충고를 했다. 뉴먼은 샌프란시스코의 루비콘에서 있었던 저녁식사 자리에서 리닝거에게 쓰레기통에 처박혀 본 적이 몇 번이나 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나 리닝거는 이렇게 답했다.

“쓰레기통에 처박혀본 적은 없네. 물론 몇 번 도망 다녀 본 적은 있지. 그러나 어느 놈이 내 다리를 분지른다면 그놈을 고발해서 그동안 블랙잭으로 딴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울궈 낼 생각이라네.”

아만다는 리닝거의 도박벽이 아미리스의 사업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 때 뉴먼이 끼어들어 “리닝거 때문에 내가 이 회사에 있다”면서 “나는 항상 돈을 아는 사람이 회사에 한명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리닝거는 “위험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고 있다면 좀 더 편안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웃었다.

과학자들도 라스베이거스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리닝거는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승운을 타고 있다는 걸 알면 처음에는 잃어도 다음번에 딸 수 있다”면서 “처음에 1만 달러를 잃는다고 쳐도 나중에 1만5,000~2만 달러를 걸고 또 한 번 도박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일이 가끔씩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잘 될 때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자 왕을 향한 경쟁

인공생물학(특정 목적을 위해 생명체를 인공 합성하는 학문)으로 연료를 얻으려는 회사의 수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석유 재벌인 BP사는 듀퐁과 함께 유전자 변형된 미생물을 가지고 부탄올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물학계의 이단아인 J. 크레이그 벤터는 1998년에 사모펀드의 자금을 이용해 인간 게놈 배열을 분석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현재는 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2005년 벤터와 노벨상 수상자인 미생물학자 해밀턴 스미스는 신테틱 지노믹스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식물을 먹고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벤터는 “유전자 왕에서 석유 왕으로 변신하는 중”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연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공 미생물을 개발하는 일을 더욱 빠르게 추진 중이다. 올 1월에 그는 처음으로 인공 염색체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것을 세포에 이식한다면 사상 최초의 인공 미생물이 태어나는 것이다.

벤터는 기존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보다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석유를 생산하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작은 미생물을 새로 만들어 사용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벤터는 또한 기존 미생물을 변형시켜 제트연료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도 밝혔다.)

키슬링은 “벤터가 인공 미생물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미생물은 이미 지금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산 카를로스에 있는 작은 신생기업 LS9 역시 기존 미생물을 유전자 변형시키고 있다. 2005년에 설립된 LS9은 아미리스와 마찬가지로 미생물을 개조해 바이오디젤 및 기타 연료를 생산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화학적 방법은 다르다.

LS9의 연구개발 부사장인 스티픈 델 카데어는 “디젤유 생산을 활발하게 늘리고 있으며, 새 연구실에 시험공장을 지어 올해부터 대규모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한 사용하기 전에 정제가 필요한 미생물 원유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벤터는 “사람들은 바이오연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지부터 의심한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엄청난 양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일을 하려면 생물학적 문제는 물론 공학적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미생물이 생산한 바이오연료를 어떻게 미생물에서 분리할 것인가? 미생물이 연료 속에 빠져 죽지 않도록 어떤 방법을 써야 할 것인가? 그리고 더욱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이처럼 작은 중소기업들이 무슨 수로 미국인들이 매년 사용하는 수십억ℓ의 가솔린을 대체한단 말인가? 카데어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 같은 회사는 커다란 야망을 품고 일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서 “엑슨 같은 대기업은 절대 알지 못하는 야망”이라고 항변했다.

생산의 다음 단계

엑슨이 알든 모르건 간에 올해 아미리스는 공업용 연료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시험공장을 지을 것이다. 브라질의 설탕회사로부터 사탕수수를 싼 값에 대량으로 들여오는 건은 상당히 얘기가 진행된 상태다. 그리고 제작한 연료를 코스트코 같은 여러 유통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도 상담을 개시했다.

리닝거는 원재료인 사탕수수를 연료로 가공해 소비자에게까지 보내는데 필요한 생산 및 판매망을 2~3년 내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처음에는 바이오디젤, 그 다음에는 제트 연료, 그 다음에는 가솔린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왜 바이오디젤이 제일 먼저 시장에 나오는지는 비밀이다.

설립자 중 한 사람인 레일링은 최고경영자인 존 멜로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세부 비즈니스 계획을 잡는데 쓰고 있다. 레일링은 자신이 현실주의자라고 자주 얘기한다. 그는 너무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면 기분 나빠하는 경향이 있다.

아만다가 시험공장의 가동 계획과 설치 위치를 말해달라고 보채자 그는 의자를 흔들더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독일의 아미리스(이름이 아미리스사와 똑같다)라는 헤비메탈 밴드의 CD ‘디졸레이트 메시아’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1980년대식 장발 밴드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서 그는 CD를 컴퓨터에 넣었다. 모틀리 크루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감상적이고 침울한 곡을 들으니 아만다는 시험공장에 대해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아졌다.

아만다가 그곳을 떠나기 전에 그는 사무실에 두었던 그림을 하나 보여주었다. 작은 소년이 벼랑에서 뛰어올라 반대편 벼랑으로 건너는 모습이었다. 소년은 양팔과 머리를 앞으로 쭉 내밀고 있었다.

레일링은 그림의 의미를 설명해주었다. “이 아이는 도달해야 할 반대편 벼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벼랑 뒤에 있는 그 무언가를 보고 있어요. 그렇기에 온 힘을 다해 이렇게 뛰고 있는 거예요. 이것이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다음 일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출처> 파퓰러사이어늣. 2008. 4 기사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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