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형의 정체

어떤 사람의 혈액형은 A형, 또 어떤 사람은 B형,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AB형 이거나 O형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BO 혈액형이 성격하고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혈액형과 성격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혈액형이란 무엇입니까?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가 다양하고 금발 머리, 검은 머리, 곱슬 머리 등 머리카락의 색깔과 형태가 다양한 것처럼 사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생명체들은 모두 다양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혈액형들도 사실 다양성을 나타내는 형질 중에 하나입니다. 혈액형에는 ABO, Rh 뿐만 아니라 MNSs, P, Ii, Lewis, Duffy, Kidd, Kell 등 수백가지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많은 혈액형들 중에서 ABO와 Rh 혈액형이 잘 알려진 이유는 수혈할 때 반드시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혈구의표면에는 수많은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어떤구조물은 단백 (protein) 성분(옆의 그림에서 파란색 덩어리)으로 이루어져 막단백(membrane protein)을 형성하고 있고 또 어떤 구조물은 당사슬(sugar chain)(옆의 그림에서 사슬처럼 생긴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구조물들 중에는 적혈구표면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 아직 그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이 구조물들 때문에 ABO 혈액형을 비롯하여 Rh, MNSs, Duffy, Kidd, Kell, Lewis
수 많은 적혈구 혈액형 항원들이 존재합니다.

ABO 혈액형 이외의 혈액형항원들은 수혈후 비예기항체 (unexpected antibody)를 만들 수 있으므로 ABO 혈액형이 맞는 혈액을 수혈하더라도 용혈성 수혈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의 비예기항체 빈도는 0.2-0.6% 정도로 낮습니다. 혈액은행에서는 비예기항체를 검출하기 위하여 항체선별검사(antibody screening test)를 시행하고 있고 ABO 혈액형을 최종적으로 맞추어 주고 비예기 항체에 의한 용혈성 수혈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교차적합시험(crossmatching)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혈액형은 잘 아시다시피 유전에 의해 결정됩니다.

ABO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9번 염색체(9q34)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ABO 유전자와 Hh 유전자 그리고 Se 유전자에 의해 적혈구를 비롯한 우리몸의 각 장기와 조직 그리고 타액 등에 ABO 혈액형이 표현됩니다. A 유전자와 B 유전자는 우열이 없이 각각 co-dominant하게 ABO 혈액형을 표현합니다. 즉 A유전자와 B유전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A형과 B형의 혈액형이 동시에 표현되어 AB형이 됩니다.

A 유전자는 N-acetylgalactosaminyl 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들어 glucose-galactose-N-acetyl glucosamime-galactose-fucose의 구조를 가지는 H chain 끝에 N-acetylgalactosamine을 붙여주어 A형 항원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B 유전자는 H chain 끝에 D-galactose를 붙여주는 galactosyl 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들어 B형 항원을 만듭니다. 그런데 O 유전자는 이런 당전이 효소(glycosyl transferase)를 만들 수 없으므로 H chain만을 표현합니다. Hh 유전자는 H chain을 만드는 fucosyl 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들고 Se 유전자는 타액내 단백에 ABO 혈액형을 표현하는데 필요합니다. 약 80%의 사람들은(secretor) 타액내에 ABO 혈액형 물질을 분비합니다. ABO 혈액형의 분자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혈액형은 수혈이외에도 장기이식, 친자감별검사, 범죄수사 등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 혈액형이 어떻게 유전되는지, 그리고 2세의 혈액형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혈액형 알아보기를 클릭하세요.

○ 혈액형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적혈구 항원 및 항체를 클릭하세요.

▒ ABO 혈액형

수많은 혈액형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입니다. (Rh 혈액형에 대한 설명은 아래부분에 있습니다.) 수혈할 때 반드시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ABO 혈액형 항원은 많은 사람들이 적혈구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흥미롭게도 적혈구 뿐만 아니라 혈관내피세포(endothelial cell), 상피세포(epithelial cell) 등에도 존재하여 우리몸의 거의 모든 장기들이 ABO 혈액형 항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혈할 때도 반드시 ABO 혈액형이 적합한 혈액을 수혈하여야 하고 장기이식할 때도 반드시 ABO 항원이 적합한 장기를 이식하여야 합니다. ABO 혈액형 항원도 HLA 항원처럼 사실상 "조직 적합성 항원 (histocompatibility antigen)"인 것입니다.



○ ABO 혈액형 항원은 어떤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들은 탄수화물인 당사슬 (sugar chain)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이들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A형과 B형이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요? 다 똑같은데 맨끝부분이 N-acetylgalactosamine이면 A형이고 D-galactose면 B형입니다. AB형은 A형과 B형의 분자들을 다 가지고 있으며 O형은 끝부분에 당을 붙여주는 효소인 glycosyl transferase를 만들지 못해 끝부분이 비어있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런 분자구조를 가진 항원들이 적혈구 한개당 수십만개 이상(A형 항원은 100만개 이상, B형 항원은 70만개 이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 왜 A형인 사람은 anti-B를, B형인 사람은 anti-A를, 그리고 O형인 사람은 anti-A,B를 '이미' 가지고 있을까요?

적혈구에 노출된 경험이 없이도 사람들은 자신이 결핍하고 있는 ABO 혈액형 항원에 대한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ABO 혈액형은 다른 항원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A형인 사람은 anti-B 항체를, B형인 사람은 anti-A 항체를, 그리고 O형인 사람은 anti-A,B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을까요? 항체가 생성되려면 항원의 자극이 있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우리는 ABO 항원에 노출되었을까요? 뚜렷한 항원의 자극이 없이 '자연적으로' 항체가 생성되었다고 생각한 초기의 연구자들은 이들 항체를 '자연 항체'(naturally-occurring antibody)라고 불렀으나 이제는 ABO 항원의 분자구조가 밝혀지고 박테리아 세포벽에도 ABO 항원과 같은 당사슬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규명되어 장내 세균총 또는 음식물 등을 통해 박테리아에 의해 ABO 항원들이 우리의 면역시스템에 노출되어 anti-A 또는 anti-B 항체가 생성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ABO 혈액형을 맞추어 수혈 (또는 장기이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A형인 사람은 anti-B 항체를, B형인 사람은 anti-A 항체를, 그리고 O형인 사람은 anti-A,B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A형인 사람에게 B형 적혈구를 수혈하면 (즉 major mismatch인 경우에는) A형인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anti-B가 수혈된 B형 적혈구와 반응하여 보체계(complement system)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로 급성 용혈성 수혈부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O형인 환자에게 B형 공여자의 신장(콩팥)을 이식하면 O형인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anti-A,B에 의해 B형 항원을 가지고 있는 이식된 신장이 파괴되는 초급성 이식거부반응(hyperacute rejection)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반드시 수혈 또는 장기이식시에는 반드시 ABO 혈액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위의 그림은 수혈(또는 장기이식)할 수 있는 혈액형을 도식화한 것입니다. 초록색 화살표는 안심하고 수혈(또는 장기이식)할 수 있는 경우를 나타냅니다. 이렇게 혈액형이 같은 혈액을 수혈하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노란색 화살표는 같은 혈액형의 혈액이 없는 상황에서 응급으로 수혈이 필요할 경우에 수혈할 수 있는 경우를 나타냅니다. 이 때에는 (즉 minor mismatch인 경우에는) 헌혈자의 혈액내에 존재하는 ABO 혈액형 항체(anti-A, anti-B 또는 anti-A,B)가 함께 수혈되어서 이 항체들과 반응하는 환자의 적혈구가 용혈될 수도 있으나 많은 양이 수혈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장기 이식인 경우에는 노란색 화살표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Anti-A 항체는 A형 적혈구와 반응하고 anti-B 항체는 B형 적혈구와 반응하며 anti-A,B 항체는 A형 및 B형 적혈구와 반응합니다. 이런 반응이 일어나면 시험관내에서는 응집이 일어나지만 우리 몸(혈액)안에서는
보체계가 활성화되어 용혈이 일어납니다.

Anti-A는 A형 적혈구와 anti-B는 B형 적혈구와 반응하여 시험관내에서 눈에 보이는 응집을 일으키므로 이 원리를 이용하여 ABO 혈액형 검사를 시행합니다.
AB형의 적혈구에는 A형 및 B형 혈액형 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anti-A 또는 anti-B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A형 또는 B형 혈액을 수혈받아도 용혈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AB형의 혈액을 다른 혈액형의 사람들에게 수혈하면 anti-A 또는 anti-B에 의해 용혈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AB형은 다른 사람들의 혈액을 모두 받을 수는 있으나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O형의 적혈구에는 A형 및 B형 혈액형 항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anti-A나 anti-B 또는 anti-A,B와 반응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O형 적혈구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되어도 용혈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O형인 사람은 anti-A,B 항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O형인 사람의 혈액을 수혈하면 anti-A,B 항체도 함께 수혈되어 수혈받은 사람의 혈액속에 있는 A형 또는 B형 적혈구와 반응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소량이 수혈될 때는 항체들이 수혈받은 환자의 혈액속에서 희석되므로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같은 혈액형이 없을 때는 O형을 수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같은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하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인종별 ABO 혈액형의 빈도 (%)


▒ Rh 혈액형

1940년에 칼 랜드슈타이너와 비너는 재미있는 실험을 시행하였습니다. 인도산의 붉은털 원숭이(Rhesus)의 적혈구를 다른 동물에게 주사하면 그 동물들은 어떤 적혈구 항체를 만들어 낼까?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이물질(foreign substance) 또는 항원(항체를 만들수 있는 원인이 되는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이에 대응하여 면역시스템을 가동시켜 그 항원과 반응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게 됩니다. 그들은 항체 형성 실험에 자주 이용하는 토끼와 기니픽(실험용 쥐)에 붉은털 원숭이의 적혈구를 주사하고 어떤 항체를 만들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혈액을 채취한 후 혈청을 분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혈청을 붉은털 원숭이와 사람의 적혈구와 각각 반응시켜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혈청은 붉은털 원숭이의 적혈구 뿐만 아니라 사람의 적혈구도 응집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적혈구는 응집이 일어났으나 어떤 사람의 적혈구는 응집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 혈청에 의해 응집이 일어났던 사람의 적혈구에는 그 혈청과 반응하는 인자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그것을 Rh 인자(Rh factor)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혈청(anti-Rh 혈청)과 반응하여 응집이 일어나면 Rh 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므로 Rh 양성으로 판정하였고, 응집이 일어나지 않으면 Rh 인자가 없는 경우이므로 Rh 음성으로 판정하였습니다. 실험을 계속해 본 결과, 약 85% 정도의 사람들이 Rh 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그들이 발견한 Rh 항원은 훗날에 발견된 진짜 Rh 혈액형의 D항원과는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Rh 양성 또는 음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D 항원을 적혈구 표면에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Rh 양성은 D항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고 Rh 음성은 D항원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랜드슈타이너와 비너가 발견한 혈액형 항원을 따로 분류하여 그들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즉 랜드슈타이너(Landsteiner)에서 L자를 따고 비너(Wiener)에서 W자를 따서 LW 혈액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Rh 혈액형

Rh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 전혀 다른 별개의 혈액형입니다. 우리는 이 두가지 중요한 혈액형을 간단히 A+, 또는 B- 등으로 씁니다. A+는 ABO 혈액형은 A형이고 Rh 혈액형은 양성(+)이라는 뜻이고 B-는 ABO 혈액형은 B형이고 Rh 혈액형은 음성(-)이라는 뜻입니다.

Rh 혈액형군(群)에는 D, C, c, E, e 등을 포함하여 45가지나 되는 혈액형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보통 Rh형이라고 하는 것은 이중에서 D 혈액형을 지칭합니다. Rh가 양성인 경우는 D 혈액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고 Rh가 음성인 경우는 D 혈액형을 가지지 않고 있는 경우입니다. Rh 혈액형은 당사슬(sugar chain)으로 구성된 ABO 혈액형과는 달리, 단백(protein)으로 구성되어 있고 오로지 적혈구에만 존재합니다. Rh 혈액형도 ABO 혈액형과 마찬가지로 수혈할 때 반드시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즉 Rh (D) 양성인 환자에게는 Rh (D) 양성 혈액을, Rh (D) 음성인 환자에게는 Rh (D) 음성 혈액을 수혈하여야 합니다.

Rh 음성 혈액형은 미국인들에서는 20% 정도로 흔한데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Rh 음성인 사람이 1,000명 중에서 1-3명정도로 아주 드뭅니다. Rh 음성에 대한 보충 설명은 아래 희귀혈액형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세요.

사실 ABO 및 Rh 혈액형도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나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처럼 "다양성(diversity)"을 나타내는 물질중의 하나입니다. Rh 음성형인 희귀혈액형을 가진 분들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群鷄一鶴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Rh 음성 혈액형을 가진 다른 사람을 헌혈로써 살릴 수 있는 아주 귀중한 혈액을 가지고 계신 중요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Rh 음성인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입니다.

1) Rh 양성인 부모에게서도 Rh 음성 자녀가 나올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래 희귀혈액형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세요.

2) 임신부가 Rh 음성인 경우, 출산과 아기의 건강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여성이 Rh 양성와 결혼을 하면 기형아 또는 유산 등의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Rh 음성인 여성이 Rh 양성과 결혼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Rh 음성 혈액형을 가진 여자가 Rh 양성인 남자와 결혼하여 Rh 양성인 아기를 임신하게 되면 출산 또는 유산할 때 아기 또는 태아의 혈액이 엄마 혈액속으로 일부 들어가서 (평소에는 태아의 피와 엄마의 피는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없는 Rh(D) 항원에 노출되어 엄마는 Rh(D) 항원에 대한 항체인 anti-D를 만들게 되는데 이 항체가 이후 다시 Rh(D) 양성 아기를 갖게 되었을 때 태반을 건너가서 아기의 적혈구를 용혈시켜 신생아용혈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으나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아기의 적혈구를 용혈시킬 수 있는 항체를 만들 수 없게 예방하는 방법이 확실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임신 중반기(28주쯤)와 출산 또는 유산 직후 72시간이내에 Rh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으면 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Rh음성인 분들이 임신을 해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Rh음성인 여자가 Rh양성인 남자과 결혼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혈액형이 다르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는 정말 안되겠지요.

3) Rh 음성인 사람들의 모임 또는 연락망이 있나요? 그래야 수혈이 필요할 때 서로 도울 수 있을텐데....

저희 서울아산병원 헌혈실과 (사)한국혈액암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Rh 음성인 분들을 위한 모임인 Rh- Happy World가 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Rh 음성인 분들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세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희귀 혈액형을 가진 분들은 수혈이 필요할 때 수술전에 자신의 혈액을 혈액은행에 저장하여 두었다가 수혈받는 자가수혈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적혈구는 냉장보관하면 35일까지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보다 더 오랫동안 보존하려면 냉동보관해야 합니다. 자신의 적혈구를 냉동보관하면 5-10년 동안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희귀 혈액형

어떤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달리 희귀한 혈액형을 가질 수 있습니다. 희귀 혈액형에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주요 희귀 혈액형은 Rh 음성 혈액형, weak-A 또는 weak-B형, 그리고 cis-AB형 등 입니다. MkMk 라는 매우 희귀한 혈액형이 외국에서 발견되었는데 이에 관련된 일화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Rh 음성

Rh 음성 혈액형은 미국인들에서는 20% 정도로 흔한데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Rh 음성인 사람이 1,000명 중에서 1-3명정도로 아주 드뭅니다. 여러분들도 가끔 매스컴을 통하여 Rh 음성혈액을 급히 찾는다는 애절한 보도를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Rh 양성인 부모 사이에서도 Rh 음성 자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Rh 음성인 사람들의 부모는 대부분 Rh 양성입니다. 어떻게 Rh 양성 부모 사이에서 Rh 음성 자녀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옆의 그림과 같습니다. Rh 유전자는 RHD와 RHCE 두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Rh혈액형은 D를 지칭하는데 Rh 양성은 RHD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고 Rh 음성은 RHD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입니다. 옆의 그림에서는 RHD 유전자를 D, RHD 유전자가 없는 경우를 d로 표시했습니다. 그림에서 DD와 Dd는 RHD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표현형은 Rh 양성입니다. 그리고 RHD 유전자가 없는 dd의 표현형은 Rh 음성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DD 이지만 일부는 Dd 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부모가 모두 Dd인 경우에는 자녀들 중에서 4분의 1의 확률로 dd, 즉 Rh 음성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Rh 음성이라고 해서 무슨 유전병인 것처럼 오해 하시는 분도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이며 다만 수혈이 필요할 때 또는 Rh 양성인 아기를 임신하였을 때에만 다소의 불편이 있을 뿐 입니다. 그러나 Rh면역글로불린 (RhIG 또는 Rhogam)을 주사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anti-D의 생성을 예방할 수 있으며 따라서 Rh 음성 환자에게도 Rh 양성 혈소판을 수혈할 수 있게 되었고 Rh 음성인 여성도 Rh 양성인 남자와 결혼해도 신생아 용혈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Weak A 또는 weak B형

적혈구에는 A형 또는 B형 항원(antigen)이 약 100만개 정도가 있는데 이보다 항원수가 적은 적혈구를 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혈액형 항원이 적게(약하게) 표현되므로 weak A 또는 weak B 라고 명명되었습니다. Weak A형에는 A2, A3, Am, Ax, Ael 등이 있고 weak B형에는 B3, Bm, Bx 등이 있습니다. 아주 약한 A형 또는 B형은 O형으로 판정될 수 있으며 혈액형 정밀검사를 받아 보아야 정확한 혈액형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희귀한 혈액형을 가졌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므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Cis-AB형


AB형 중에는 희귀한 혈액형 중 하나인 cis-AB형이 있습니다. 원래 A형 또는 B형 유전자는 따로 따로 각각 한 쪽 염색체(chromosome)에 위치하는데 cis-AB 유전자는 옆의 그림처럼 unequal crossing over에 의해 한 쪽 염색체에 A형과 B형 유전자가 몰려 있습니다. ('cis'란 말은 같은 쪽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A형과 B형 유전자가 통째로 유전됩니다. Cis-AB형인 사람과 O형 사이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은 유전 방식에 의해 AB형 또는 O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cis-AB형인 사람과 유전자 형이 A/O인 A형 사이에서는 AB형, A형 또는 O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 간에 혈액형으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Cis-AB형은 weak A 와 weak B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2B3라는 혈액형이 있는데 A형보다 B형이 더 약하게 표현되어 일반 혈액형 검사시에 A형으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 또한 가족 간에 혈액형으로 오해를 하게 될 수 있는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Cis-AB형은 우리나라의 전남지역과 일본의 큐슈지역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혈액형이 cis-AB라고 해도 전혀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이 혈액형 역시 수 많은 다양한 혈액형 중에서 하나이니까요. 수혈이 필요할 때는 대개 O형 혈액을 수혈하면 무난합니다. A2B3인 사람은 anti-B를 가지고 있으며 O형 또는 A형 혈액을 수혈받으면 됩니다.

MkMk 라는 매우 희귀한 혈액형에 관련된 일화

미국 위스칸신주 밀워키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겸상 적혈구성 빈혈(sickle cell anemia)에 걸린 한 흑인 아이가 수혈이 급히 필요하여 혈액형 검사를 하였더니 MNSs 혈액형군의 항원이 없는 MkMk라는 세계적으로 아주 희귀한 혈액형인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이 경우 혈액형이 같지 않으면 심한 용혈성 수혈부작용을 일으키게 되므로 같은 혈액형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워낙 희귀한 혈액형이라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마침 혈액원을 방문한 일본 의사가 일본에서 MkMk 혈액형을 가진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이 쾌히 헌혈을 하여 그 혈액을 밀워키로 보내 그 아이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옆의 사진은 그 희귀혈액이 담겨 있었던 혈액백과 그 혈액을 수혈 받고 회복되었던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실린 신문기사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희귀 혈액형 특히 Rh 음성 혈액형을 가진 분들이 방송이나 전화 연락을 받고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려와서 그 귀한 혈액을 헌혈하여 죽어가던 생명을 살렸던 일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바디바바디바(-D-/-D-) 혈액형에 관련된 일화

2004년 6월 30일 오후 3시경. 한 산모가 심한 출혈로 저희 병원에 긴급 후송되었습니다. 환자는 임신 6개월이었으나 태아 사망으로 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상태였고 혈색소는 4.6으로 매우 낮아서 수혈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환자의 혈액형은 A+였는데 타병원에서도 그랬듯이 저희 병원에서도 이 환자에게 적합한 혈액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특수검사를 시행해서 매우 희귀한 혈액형의 일종인 "바디바바디바(-D-/-D-)"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혈액형은 반드시 같은 바디바바디바 혈액형을 가진 혈액을 수혈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과 친척 중에 같은 혈액형이 있는지 검사해 보았으나 안타깝게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환자의 혈색소는 3.5까지 떨어져 더욱 긴박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때 문득 1995년에 국내에서 보고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당시 그 환자에게 수혈했던 헌혈자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주 고맙게도 그 분은 기꺼이 헌혈해 주셨고 그 혈액은 비행기로 지방으로부터 서울로 공수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환자는 일단 위급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수혈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고 국내에서는 더 이상 같은 혈액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에 도움을 요청하여 마침내 일본 오사카 혈액원으로부터 냉동보관된 "바디바바디바(-D-/-D-)" 혈액을 긴급히 비행기로 공수받아 수혈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마우신 분들의 협조와 노력으로 이 환자는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되었고 이 후 회복되어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Rh 혈액형은 좀 복잡합니다. Rh 혈액형에는 C, c, D, E, e 등을 비롯해 45가지나 되는 혈액형 항원이 존재합니다. 이 중에서 항원 D가 있으면 Rh +(양성), 없으면 Rh-(음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D는 있지만 C, c, E, e가 없는 혈액형이 있습니다. 이 경우 C와 E 등이 없다는 의미로 '-D-'로 표기하고 '바디바'로 읽습니다. 바디바 유전자를 양쪽 부모로부터 받으면 '-D-/-D-'(바디바바디바)의 혈액형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D-'유전자 자체가 드물어 '바디바바디바' 혈액형이 생길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일본의 경우 약 20만명 중 1 명 꼴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조사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일본보다 더 드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바디바바디바 혈액형은 수혈 또는 임신 후에 거의 모든 사람의 혈액과 반응할 수 있는 anti-Rh17(anti-Hro)이라는 특이한 항체를 가지게 됩니다. 바디바바디바가 아닌 혈액을 수혈 받으면 이 항체 때문에 용혈성 수혈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혈을 받을 때 반드시 같은 바디바바디바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디바바디바 혈액형을 가진 여성이 임신하면 태아가 심한 용혈성질환에 걸려 심하면 태아 사망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많은 분들이 서로 협조해서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감동적인 일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일 말고도 우리나라에서 희귀한 혈액형인 Rh 음성인 환자를 위해 방송을 듣고 먼 길을 마다하고 오셔서 기꺼이 헌혈하여 생명을 살리시는 고마운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기회에 사랑의 헌혈에 동참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요즈음 헌혈이 줄어 혈액이 많이 모자라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헌혈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희귀 `밀텐버거(Miltenberger)' 혈액형 국내 첫 발견

희귀 혈액형인 밀텐버거 혈액형이 최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한규섭 교수팀은 마산에 사는 박모(31.여)씨가 낳은아기가 출생 직후 빈혈 등의 증상을 보여 검사한 결과, 밀텐버거 혈액형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이 혈액형은 태국(9.7%), 대만(7.3%). 홍콩(6.3%) 등 동남아에는 흔하지만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는 0.1% 정도로 매우 드물며 국내서는 밀텐버거 항원을 검사할항체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 혈액형은 신생아 용혈성질환(태아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질환)이나 용혈성 수혈부작용(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항원을 가진 혈액이 수혈되면 그 혈액을 파괴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수혈부작용) 등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교수는 "국내서도 밀텐버거 혈액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 혈액형항원-항체 반응에 의한 용혈성 수혈부작용이나 신생아 용혈성질환이 추가로 발생할가능성이 있다"며 "밀텐버거 항원-항체를 찾아낼 수 있는 희귀 적혈구와 혈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 기자: 연합뉴스 2002-09-16 14:02:00)


▒ 백혈구 및 혈소판 혈액형

적혈구 뿐만 아니라 백혈구나 혈소판에도 혈액형이 있습니다. 이들도 적혈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백혈구 또는 혈소판 표면의 여러 구조물들이 혈액형 항원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HLA 항원 등 백혈구의 항원이 환자에게 노출되면 이에 대한 항체가 환자에게 생성될 수 있는데 이 항체는 혈소판제제의 수혈시 수혈된 혈소판을 깨뜨릴 수 있어 혈소판을 수혈해도 혈소판수치가 잘 올라가지 않은 혈소판 수혈불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HLA가 같은 사람의 혈소판을 수혈해야 혈소판 수치가 올라갑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혈액은행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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