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통신」, 「향기 마케팅」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뭘 먹을까 고민하던 중 때마침 TV에서 라면 광고가 나온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면발을 쭉 빨아올리는 광고 속 모델을 보고 후루룩 쩝쩝 라면 먹는 소리를 들으니 자연스레 혀 밑에서 군침이 돈다.


만약 라면의 냄새까지 전달하는 TV가 나온다면 어떨까?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냄새까지 맡을 수까지 있다면 아마 침이 고여도 몇 배는 더 고일 것이다.


TV에서 냄새까지 전달하는 구동 원리는 이미 지난 90년대 말부터 거론되어 왔다. 시각, 청각을 비롯해 후각까지 동원하면 미디어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견 때문이었다.


이른바 「향기 마케팅」이라 불리는 기업의 판촉 활동은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잡지에 나오는 향수 광고. 향료를 종이에 발라 소비자가 직접 냄새를 맡아볼 수 있게 한 형태다. 지난 1949년 일본의 비누회사인 미쓰와가 아사히신문에 자사 비누의 향기를 묻어나게 한 것이 최초 사례다.

냄새 전달 방식은 2가지


이러한 아날로그식 냄새 전달 방식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이 매체 뿐 아니라 PC나 TV 등 디지털 매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재탄생됐다. 한 예로 프랑스텔레콤이 지난 2000년도에 특허를 획득한 냄새배출 소프트웨어는 미리 입력되어 있는 커피, 꽃, 와인향 등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꺼내와 냄새를 배출하는 발향기를 통해 특정 냄새를 만들어낸다.


발향기는 프랑스 소재 벤처 기업인 AC2i가 개발한 올파컴(Olfacom)이 대표적이다. 프랑스텔레콤과 AC2i의 냄새배출 솔루션을 활용한 매체로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 판매 사이트(www.vins-bourgogne.fr)가 있다. 이 사이트는 와인의 모양이나 빛깔뿐 아니라 와인의 향기까지 맡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물론 소프트웨어나 장비가 없다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실험 단계일 뿐이다.


다양한 음식이나 꽃 등의 냄새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이 신호를 받으면 미리 준비되어 있는 발향기로 냄새를 뿜어내는 다소 물리적인 방식 외에도 후각에 관한 데이터를 사람의 뇌로 직접 전달하는 초음파 방식도 있다.


일본 소니가 특허를 출원 중인 이 기술은 직접적으로 냄새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뇌를 자극해 감각적으로 특정한 냄새를 맡게 한다는 원리다. 물론 뇌를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각 뿐 아니라 미각과 촉각에 관한 데이터도 전달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냄새나는 TV뿐 아니라 게임기 및 홈시어터 시스템, 성인용 비디오 등 갖가지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2010년 까지 개발 완료


국내서도 이러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가전 연동, 실감재현 시스템’의 개발을 마쳤다. 이 시스템에는 발향기, 에어컨, 진동의자, 램프, 디머, 커튼, 난방기 등 갖가지 가전제품을 TV 영상 등 미디어와 연동해 화면 연출 장면에 따라 빛, 바람, 향기, 추위, 더위, 진동 등 다양한 오감효과를 가전제품을 동작시켜 느낄 수 있는 싱글 미디어 멀티 디바이스(SMMD) 기술이 적용된다.


ETRI 측은 실감 미디어 영상재현에 쓰이는 가전제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더욱 실감나는 미디어 연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TRI 김채규 SW.컴퓨팅부문 수석연구단장은 “이 기술은 향후 동영상, 오디오, 텍스트와 같은 기존의 미디어가 사용되는 디지털 홈, 영화, 방송,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미래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끄는 견인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TV뿐 아니라 각종 모바일 기기 및 통신 장치에도 이러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술이 제대로 보급되면 전화 중 방귀를 뀌는 행동은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의 코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디지털 발향기 구동 원리/제공 : AC2i

<출처> ebuzz, 2007-12-26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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