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4월 12일. 우주 엘리베이터가 첫 운행을 시작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요즘 지면(地面)과 지상 9만2200㎞ 상공에 떠있는 우주정거장을 연결하는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과연 10년 뒤 버튼만 누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가 열릴까? 과학자들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유는 신소재.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CNT) 복합재료 등 신소재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탄소나노튜브가 최근 철강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꿈의 신소재’로 꼽히고 있다. 왜일까? 기존의 모든 소재를 압도하는 탁월한 물성(物性) 때문이다. 우선 강도.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하고, 탄소섬유보다 우수한 섬유를 만들 수 있다. 다음은 빛. 탄소나노튜브는 효율이 아주 높은 빛을 얻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생활용품과 수소연료 전지·IT 제품 등 만병통치약처럼 활용가능성이 무한하다. 세계 각국은 지금 탄소나노튜브 기술 개발 열풍에 휩싸여 있다. 1991년 첫 발견된 이후 무려 2만 편 이상의 논문이 쏟아졌다. 미국 나노조합이 예측하는 2010년 나노기술 산업 규모는 1조달러(약 950조원). 핵심 소재로 꼽히는 탄소나노튜브 시장 규모는 6조원대로 추산된다.


■ 육각형 탄소 원통의 마술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관(管)모양으로 연결된 원통(튜브) 모양의 신소재다. 1991년 일본 NEC 연구소 이지마 박사가 전자 현미경으로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의 다중벽 구조 물질을 관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튜브를 연결하는 관 하나의 지름이 수십 나노미터(1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머리 카락의 10만분의 1 굵기)에 불과, 탄소나노튜브로 명명됐다.

1998년에는 보스턴대 연구팀이 고순도 탄소나노튜브 합성에 성공, 양산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구조물이 말린 형태에 따라 단층벽(single wall)·다중벽(multi-wall)·다발형 나노튜브(rope nanotube)로 나뉜다. 불순물을 첨가하거나 튜브를 다발로 포개 놓으면 반도체 특성이 나타난다.


나노 굵기의 탄소 구조물이 가진 물성은 경이롭다. 강도 외에 전기를 흘리면 LED(발광다이오드)보다 효율이 100배 이상 높은 빛을 낸다.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같고 인장력은 다이아몬드를 능가한다. 구리와 같은 수준의 전기 전도율을 가지고 있다. 일반 탄소섬유는 분자 구조의 1%만 변형돼도 끊기지만 탄소나노튜브는 15%가 변형돼도 견딘다. 강철·다이아몬드·구리·섬유 등 산업용 소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나노 시대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이유다.


모든 소재를 압도하는 성능
반도체·디스플레이등에 응용
2010년 나노시장 1조달러규모


■ 반도체 등의 차세대 핵심 소재


탄소나노튜브는 반도체 분야의 혁명을 가져 올 신물질로 꼽힌다. 탄소나노튜브의 지름을 조절하면 도체(導體)에서 반도체(半導體)로 바뀐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실리콘의 1만 배인 테라바이트(TB, 1테라바이트=1024기가 바이트)급 집적도를 가진 메모리 칩 설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봇·자동차·항공기·인공위성 등 첨단 장치의 수명을 연장하고 연료를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도 있다.

LED보다 효율이 100배 높은 빛을 내는 성질을 이용하면, 두께가 극히 얇고 전력 소모가 극히 적은 브라운관을 만들 수 있다. 필라멘트와 형광등·LED를 대체하는 ‘나노 전구’의 출현이 가능하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FED(field emission display)는 종래의 디스플레이 소자인 CRT(cathode ray tube)·LCD(liquid crystal display)·LED(light emitting diode)·PDP(plasma display panel) 등을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로 꼽힌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뜨고 있는 수소 연료 전지 분야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 받고 있다. 전지 무게와 충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터리와 충전용 건전지·노트북 컴퓨터·휴대폰에도 쓰일 수 있다. 단위 질량당 전하 저장능력이 뛰어나 수소 저장 장치의 핵심 소재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우주복과 같은 초강력 섬유 재료로 쓰일 수 있는 등 의류·패션 산업의 신소재로 기대를 모은다. 전기 전도율과 강도가 우수해 초미세 기계장치의 부품·가스 흡착성센서·탄소와 생체 조직과의 친화성을 이용한 의료용 장치 부품·도료 등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제조비용 높아 실용화 한계로
美 37억달러 들여 양산 채비
한국은 응용기술 美·日 추격


■ 가격·양산화 과제 넘어야


하지만 대중화되려면 돌파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나노 튜브의 길이·전도성·두께 조절·단층벽·다중벽 조절 등 물성에 대한 조절이 현재로선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제조 비용이 매우 높다. 현재 g당 가격이 1000달러를 넘을 정도로 높아 실용화가 늦어지고 있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려면 다른 물질들과 섞어 복합 재료로 활용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대학·연구소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라이스·하버드·스탠퍼드·일리노이, 일본 도쿄(東京)대, 네덜란드 델프트(Delft)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미국 NASA 등 국책 연구소들도 한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원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양산화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다양한 응용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2002~2005년 사이 미 정부가 쏟아 부은 연구비만 37억달러에 달한다.

대표 기업은 탄소나노튜브 제조 공정에 관한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하이페리온. 이 회사는 이미 멀티나노튜브 양산을 시작했고, GE와 독점 공급협약을 체결했다. 라이스대가 설립한 벤처기업인 CNI(Carbon Nanotechnology Incoporation)도 단층벽 나노튜브의 공정특허를 보유 중이며 양산화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본도 선두를 다툰다. 원천 특허를 상당히 보유하고 있고 미쓰비시·미쓰이 같은 대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NEC는 탄소나노튜브를 채용, 기존 실리콘보다 속도가 10배 이상 빠른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트랜지스터는 차세대 무선랜·휴대폰·데이터 처리장치에 활용될 전망이다. 쇼와텐코는 2001년부터 하루 300㎏의 생산 체제를 구축, 연료전지용 소재로 공급하고 있다.


■ 한국, 디스플레이 등 기술개발 성공


우리는 원천기술 특허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공정기술은 미·일과 대등한 수준이란 평가다. 2002년 이후 200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투입한 덕분에 디스플레이 등 응용기술에선 미국과 일본을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일진나노텍은 2002년부터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평면형 광원을 연구하고 있고, 벤처기업인 나노퍼시픽은 최근 4.5인치, 5.7인치 탄소나노튜브 평면 광원의 프로토 타입을 시험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삼성SDI는 38인치 FED 개발에 성공했고, LG전자·LG 필립스LCD도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홍순영 KAIST 교수팀은 최근 탄소나노튜브 복합소재 제조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 양산화 기술의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균관대 이영희 교수팀과 고려대 이철진 교수팀·포항공대 이건홍 교수팀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처> 조선일보, 2007. 03. 16 14:51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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