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임상병리학 교실 최태윤 교수팀이 1992년 군 훈련소에 입소한 18~23세 입영장정 3만 4182명의 혈액형을 알아본 결과 입영 당시 알고 있던 ABO식 혈액형이 불일치한 사람이 187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5.5%가 자신의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었던 이들은 “혈액형이 바뀔 수 있느냐”고 신기해 한다. 그러나 혈액형은 골수이식수술을 하지 않는 한 바뀔 수 없으며 자신의 혈액형이 ‘바뀐’ 이유는 대부분 잘못된 혈액형 판독 때문이다.


혈액형 판독이 잘못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학교에서 집단으로 허술하게 혈액형 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검사를 하는 사람에 비해 검사 받는 사람이 터무니없이 많은 경우가 태반이다. 엉터리 검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혈구형 검사만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확한 혈액 검사를 하려면 혈청형과 혈구형 검사를 모두 해야 한 뒤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태어난 지 6개월 이전의 영아가 검사를 받은 경우다. 항원이 성장하지 않은 영아는 혈액형을 판별하기 어렵다. ABO형 혈액형을 나타내는 항원이 성숙하지 않으면 weakA, weakB형이 나타날 수 있는 데 이 경우 혈액검사에서 혈청의 응집도가 약하게 나타나 대개 O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셋째, 다량의 피를 수혈했을 때도 혈액형이 일시적으로 잘못 나타날 수 있다. AO형이나 BO형의 사람이 O형이나 A형, B형을 수혈 받으면, 기존의 피와 수혈 받은 피가 섞이면서 O형이나 A형, B형으로 혈액형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골수에서 생성되는 혈액형 비율이 증가하면서 본래의 혈액형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그러나 수혈을 받을 때 큰 문제는 없다.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혈액형을 물어 본 뒤 수혈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혈액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수혈을 한다. 따라서 A형 환자에게 B형 피를 수혈하는 등의 심각한 의료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변이형 혈액형을 가진 이들이다. 변이형 혈액형은 일반적인 혈액형 검사에서는 판독이 불가능해 다른 혈액형으로 판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대병원 혈액형클리닉 진단검사의학과 한규섭 교수는 “대표적인 변이형 혈액형인 cis-AB형은 B가 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A형으로, 역시 변이형 혈액형인 A형ㆍB형의 14개 아형 혈액형은 각각 A, B형 인자가 약해 O형으로 판독되기 쉽다”고 말했다.


변이형 혈액형을 지닌 이들은 응급상황 시 피를 구하기 어려워 수혈을 받기가 어렵다. -D-(바디바)등의 혈액형을 지닌 산모는 임신을 했을 때 태아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든 잘못된 피를 수혈해 용혈작용이 일어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변이형 혈액형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변이형 혈액형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적십자 혈액관리본부가 2005년 적십자를 방문해 혈액형 검사를 받은 이들을 조사한 결과 총 22만 건의 혈액 중 1795건이 변이형 혈액형이었다. 이는 전체 혈액형 수의 1%에 육박한다.


이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나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인증한 400여 개의 혈액검사기관에서 검사를 받아 자신의 혈액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혈구형 검사와 혈청형 검사 결과가 불일치 한다면 변이형 혈액형을 의심해보고 유전자 검사까지 해야 한다. 본인이 변이형 혈액형 소유자라면 가족들 중에도 이 같은 혈액형을 갖고 있을 확률이 많으므로 가족들 모두가 정확한 혈액형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한태희 교수는 “변이형 혈액형을 지닌 이들은 자신이 수혈 받을 수 있는 피가 무엇인지를 미리 알고 있어야 응급상황에서 수혈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헬스조선, 2006.09.28 19:04 09'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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