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가능한 초절전형「슈퍼컴」만든다


'그라핀'등 열·전력소모 줄인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플래시메모리보다 10만배 빠른 데이터 처리 가능
'전자스핀' 기술 활용땐 미래 정보혁명 실현 기대

반도체는 일명 「마법의 돌」로 불린다.

진공관으로 시작한 전자산업은 트랜지스터 발명과 함께 이를 하나의 기판 위에 수천~수만개 집적할 수 있는 칩 기술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지나친 발열과 전력소모, 그리고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는 데이터 처리속도로 현재의 반도체 기술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반도체 소재 및 설계 개량을 통해 열과 전력소모가 적고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도체는 전류를 잘 흐르게 하는 도체와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의 중간적 물질이다. 하지만 반도체는 도핑 과정을 통해 전기적 성질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트랜지스터ㆍ메모리ㆍ마이크로프로세서ㆍ센서 등 여러 가지 소자의 재료로 사용된다. 한마디로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에는 이 같은 반도체 소자가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반도체 소자는 지나친 발열과 전력소모, 그리고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는 데이터 처리속도 등의 문제를 노출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최근 이 같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재 그라핀(Graphene)을 개발했다. 그리고 전력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정보를 그대로 보관할 수 있는 전자회로 구성요소 멤리스터(Memristor), 전자 자체에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전자스핀(Electron's Spin)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칩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언젠가는 휴대가 가능한 초절전형 슈퍼컴퓨터도 만들 수 있다.


실리콘 대체할 반도체 소재, 그라핀

휴대폰으로 10여분 정도 통화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통화가 끝난 뒤 얼굴과 귀는 물론 휴대폰 액정화면에도 땀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데스크톱 컴퓨터는 온풍기처럼 열을 뿜어내고 노트북 컴퓨터도 오래 사용하면 키보드에서 올라오는 열 때문에 손이 땀으로 젖는다.

이처럼 각종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열은 대부분 핵심 부품인 반도체 칩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실리콘을 대신해 새로운 반도체 소재인 그라핀을 사용하면 열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리콘, 즉 규소는 지구상에 풍부한 자원이고 원하는 전기적 성질을 얻는 과정이 다른 원소에 비해 쉽기 때문에 반도체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전자의 이동으로 작동되는 실리콘은 통과하는 전자의 양이 증가하면 충돌현상을 일으킨다. 이 같은 충돌현상은 필연적으로 열 발생을 초래하고 열은 다시 전자의 이동을 어렵게 한다.

특히 실리콘을 소재로 한 반도체 칩의 경우 집적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많은 열이 발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데이터 처리속도를 지연시켜 전자제품의 소형화를 어렵게 한다. 현재 컴퓨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냉각장치가 탑재된 것도 반도체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함이다.

이 같은 실리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재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것이 바로 그라핀이다. 그라핀은 탄소입자로 된 흑연에서 벗겨낸 시트 형태로 6각형 벌집구조이다. 강도와 전도도를 포함한 많은 특성이 탄소 나노튜브와 비슷하지만 두께가 원자 한개 수준에 불과하다.

그라핀 속의 전자는 먼 거리를 이동해도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실리콘에 비해 약 100배의 효율성을 갖는 것으로 전자의 충돌에 따른 과열이 없다.

특히 그라핀은 다이아몬드에서 발견되는 탄소원자 간 결합보다 더 강해 이를 소재로 회로를 만들면 수 나노미터로 소형화할 수 있다. 실제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지난 4월 그라핀을 소재로 두께는 탄소원자 하나, 폭은 탄소원자 10개 정도인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냈다. 이 연구팀은 그라핀을 트랜지스터 이외에 전선의 소재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제4의 전자회로 구성요소, 멤리스터

하드드라이브나 플래시메모리에 있는 데이터에 접속하려면 시간과 전력이 많이 든다. 데이터를 신속하게 프로세서에 전달하는 D램의 성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4의 전자회로 구성요소로 불리는 멤리스터를 활용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멤리스터란 메모리(memory)와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합성어로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두 기억하는 트랜지스터라는 의미다.

멤리스터는 1971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전기 엔지니어인 레온 추가 수동형 전자회로의 네번째 구성요소라며 이론적인 개념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수동형 전자회로는 전자의 이동에 따라 작동되며 대전상태 여부에 따라 스위치를 켜고 끄는 형태로 0 또는 1의 이진법 코드를 저장한다. 그리고 이 같은 수동형 전자회로를 작동하는 데는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기(resistor), 전하의 변화를 방해하는 유도자(inductor), 그리고 전하를 저장하는 축전기(capacitor) 등 세 가지 구성요소가 필수적이다. 멤리스터는 이들을 이은 제4의 구성요소라는 것.

이 개념은 38년이 지난 후 HP의 스탠리 윌리엄스 박사팀이 실현한다. 윌리엄스 박사팀이 개발한 멤리스터는 자신을 통과해 간 전류의 방향과 양을 기억하는 전자회로 구성요소로 그 자체로 메모리가 된다. 즉 전원공급이 끊어졌을 때도 직전에 통과한 전류의 방향과 양을 기억하기 때문에 다시 전원이 공급되면 기존의 상태가 그대로 복원된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문서작업을 하다 전원을 끈 뒤 다시 켜면 작업했던 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몇 분이 소요되는 부팅 시간이 몇초로 줄어들 수 있다.

윌리엄스 박사팀은 멤리스터를 컴퓨터의 임시 저장장치인 D램과 자기기록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 사이에 장착, 컴퓨터 부팅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멤리스터는 저장밀도에서 플래시메모리보다 우수하고 읽는 속도 역시 D램보다 빠르기 때문에 플래시메모리와 D램을 단번에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반도체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열과 전력 소모가 적고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미래 정보혁명 실현시킬 전자스핀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전자의 이동에 따른 대전상태로 데이터를 읽는다. 즉 이진법 코드인 1(대전)과 0(대전되지 않음)으로 구분된 데이터를 읽는다는 것. 또한 전자의 이동을 차단하거나 열어주는 방식의 스위치를 만든 후 이를 통해 전자회로와 메모리 같은 저장장치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에는 낭비되는 전자가 많고 이는 곧 전자 간 충돌로 이어져 열 발생의 요인이 된다. 과학자들은 10여 년 전부터 전자 하나하나에 정보를 담는 전자스핀 기술 개념을 세웠는데 이것이 개발되면 미래의 정보혁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스핀 기술은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가 자신을 축으로 회전하는 현상인 전자스핀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지구를 전자에 비유한다면, 태양(핵) 주위를 도는 공전과 함께 스스로 도는 자전도 하는 것이 전자스핀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전자스핀의 방향이 위쪽이냐 아래쪽이냐에 따라 이진법 코드의 1과 0으로 구분한다. 이를 활용하면 전자 하나하나에 정보를 담는 메모리를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정보저장과 동시에 정보처리도 가능한데 이 기술을 사용하면 현재 컴퓨터 부품을 잇는 구리 전선보다 1,000배나 우수한 전송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과학자들은 STT램(Spin Transfer Torque RAM)으로 불리는 전자스핀 메모리가 개발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보다 속도는 10만 배 이상 빠르면서도 전력소모는 1만배 정도 낮은 정보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처>서울경제, 2008/10/29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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