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 균열 현상 통제 원리 입증

미세 균열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1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채널을 만드는 데 성공,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 개발은 물론 나노소자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



물질이 갈라지는 현상을 연구한 국내 연구팀의 논문이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인 네이처(Nature)지 5월10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남구현 이화여대 교수(제1저자·교신저자), 고승환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교신저자), 이화여대 박일흥 교수팀은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해 물체가 갈라지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원리를 입증했다. 박막 원형 디스크 모양의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의 핵심소재이다.


연구팀은 물체의 특정 지점에 당기는 힘을 가할 경우 균열 현상에 필요한 힘(응력)이 모인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 힘을 집중시키는 구조물(노치)을 제작해 실리콘 웨이퍼에 10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폭의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물체가 갈라지는 현상은 그 물질이 파괴되거나 쓸모없게 되는 과정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정반대로 접근한 것이다.



남 교수팀은 이를 통해 머리카락의 1만분의 1 굵기인 10나노미터 폭의 균열 현상을 발생·정지·방향전환까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선보였다. 계단 모양의 구조물은 응력을 집중시키는 쇄기형 구조물인 노치와는 반대로 균열을 멈추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남 교수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아이유(IU)', '김태희' 등의 글씨를 실리콘에 나노 단위대로 새겨넣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설계한 디자인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노치(응력을 집중시키는 구조물)를 제작하고 실리콘 웨이퍼 위에 질화규소를 얹어 서로 다른 분자구조를 가진 물질 사이에 응력이 발생하도록 유도했다.


사람의 피부에 분자구조가 다른 팩을 얹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당기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응력은 분자의 결합상태가 다른 두 물질이 만날 경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힘이다.


균열 발생 원리를 공정기술에 적용할 경우 폭 10나노미터, 높이 수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수준의 매우 좁고 깊은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이런 구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자빔공정이 최장 100마이크로미터 길이, 1제곱밀리미터 면적의 작은 범위에서만 구현가능한 데 비해, 균열을 이용한 나노 구조물은 기술 적용범위를 대폭 확장한 셈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남구현 교수는 "균열 원리를 이용해 나노 수준의 구조물을 제작하는 것은 모든 필요한 공정이 현재 산업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반적인 공정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현재의 제작설비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고승환 교수는 "균열을 통해 만들어낸 폭 10나노미터, 높이 수 마이크로미터의 구조물을 전자빔공정으로 만들어낼 경우,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20년이 넘게 걸리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에 비해 균열 원리를 적용한 구조물은 수 시간, 수 만원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균열 반응을 일으키기 전에 제작된 구조물(노치)을 이용하기 때문에 노치 여러개를 이용해 동시에 여러 장의 웨이퍼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기술로 제작된 나노 수준의 구조물은 의학이나 생명공학에서 사용되는 바이오칩의 원천기술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나노 단위의 정확한 구조물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균열 발생 원리는 실리콘 외에도 다양한 재료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어 이 원리를 활용한 여러 학문 분야의 후속 연구성과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남구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이디어 기획에서부터 논문 발표에 이르기까지 외국의 선행연구나 기술적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연구개발된 순수 토종 기술"이라며 "이 연구가 세계에서 각광받는 나노공학 연구에 다리 역할을 해서 한국의 학문적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의 지원을 받았다.


관련 URL :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85/n7397/full/nature11002.html


<출처> INEWS24, 2012. 5. 10 外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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