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은 건강에 유익한 대표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콩에서 분리한 단백질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사례도 있고, 콩에 다량으로 함유된 이소플라본(Isoflavone) 성분은 폐경기 이후 동반되는 여러 가지 증상을 완화하며, 콩이 암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 중 대표적인 물질로는 제니스테인(Genistein)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항산화 작용과 항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소플라본이 함유된 식품은 50세 이상의 여성에서 발견되는 폐경기 이후의 여러 가지 증상들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를 상품화한 건강 보조 식품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유통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한 연구 그룹은 미국의 남성보다 아시아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 비율이 낮은 이유가 아시아 남성들이 식사 시 콩을 자주 먹는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전립선암을 이식한 쥐를 대상으로 제니스테인을 투입한 결과 쥐의 전립선암의 성장이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직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제니스테인이 세포의 성장을 규칙화하는 유전자인 p21의 생산을 증가시킨 반면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단백질인 VEGF의 생산을 감소시켰으며, 이로 인해 아폽토시스(Apoptosis)라고 알려진 과정을 유도해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02년에는 실제로 콩 자체가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LA에 거주하는 중국, 일본, 필리핀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콩의 섭취 패턴이 유방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보고가 있었다. 대상으로 삼은 여성들은 유방암 환자 501명과 건강한 여성 594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콩과 콩을 이용한 발효식품 섭취에 대한 제반 질문들의 답변을 확보한 후 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콩의 섭취량이 가장 많은 경우는 매일 26.8mg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한 중국계 미국인이며 일본계가 18.4mg, 다음으로 필리핀계가 9.3mg으로 제일 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민한 여성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여성들보다 콩을 더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사춘기 및 성인기에 콩을 얼마나 자주 섭취했는가를 기준으로 대상자들을 여러 부류로 구분했는데, 그 결과 사춘기와 성인기에 콩을 가장 많이 섭취한 부류는 유방암 발병 위험이 거의 절반에 이르는 47% 수준까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인기에는 콩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지만 사춘기에 규칙적으로 섭취한 경우에도 23% 정도 그 위험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반해 성인기에는 콩을 섭취했지만 사춘기에는 잘 섭취하지 않은 여성들에서는 유방암 발병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제니스테인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보고로는 미국의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자들이 제니스테인 화합물을 사람에 있어서 콩이 많이 포함된 식사를 섭취할 때보다 소량 섭취한 생쥐 모델에서 비섭취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전립선암의 허파로의 전이를 96%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앞서 전립선암 종양으로부터 분리 배양한 암세포의 탈착을 저해하고 세포의 침윤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종양 조직으로부터 암세포를 이탈시켜 암의 전이를 촉진하는 단백질들의 발현을 활성화하는 분자 경로를 조절해 p38MAP kinase의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이었다. 본 연구에서 저농도의 제니스테인 섭취가 전립선 내에서 발생한 종양의 크기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높은 수준으로 허파로의 전이를 억제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에스트로겐-의존성 유방암의 경우, 제니스테인의 소비가 증가하면 암세포의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용 쥐에 에스트로겐-의존성 종양을 이식한 후 제니스테인 소비량이 종양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고, 결과적으로 제니스테인의 혈중 농도가 약 250ppm이상으로 유지될 때 종양 성장이 촉진되는 현상을 확인하였다. 또한, 위와 유사하게 제니스테인을 함유한 이소플라본 강화 식이보충제가 에스트로겐 의존성 유방암 처방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타목시펜(Tamoxifen)의 항종양 효과를 무효화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연구팀은 난소가 제거된 66마리의 실험쥐를 6개 그룹으로 나누어 에스트로겐, 타목시펜 및 콩과 식물에 함유된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 제니스테인에 대해 그 효과를 측정하였다. 먹이에 제니스테인을 첨가하기 전에는 타목시펜이 종양의 성장을 억제했지만, 제니스테인을 첨가했을 때는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의 증식이 향상되고 에스트로겐 민감성 유전자의 마커도 증가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노화된 피부 세포의 활성화와 신경 보호 효과, 췌장암에 대한 항암 효과 등 다양한 제니스테인의 긍정적인 효과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으나, 위의 결과들에서 보이듯이 사용한 실험동물 모델의 차이에 따라서 야누스와 같이 양면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제니스테인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이고,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방대한 임상 연구결과가 절실히 요구된다.

2006년 발표된 미국의“The National Toxicology Program(NTP) Center for the Evaluation of Risks to Human Reproduction(CERHR)”의 제니스테인과 대두 식이 보조제에 대한 전문가 평가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에 의하면 생식 기능이나 발달 과정에서 제니스테인의 악영향을 결정짓기에는 아직 전임상과 임상 자료가 부족하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2007년 발표된 389명의 폐경 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24개월간의 골다공증에 대한 제니스테인의 임상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제니스테인 투여군에서 유방과 자궁에서의 특별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골밀도가 유의적으로 상승하였다는 긍정적인 보고가 있었다.

우리는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두부를 비롯한 많은 콩 함유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콩을 발효하여 만든 조미료인 된장은 물론이고, 특히 겨울철에 별미로 꼽히는 청국장은 위에서 언급한 제니스테인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생활의 서구화 덕분에 유산균의 보고(寶庫)인 김치나 청국장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오늘 집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식탁을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KISTI, Techno Leaders' Digest (TLD), 제 198호 2008/04/08
Posted by TopA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