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전자회로를 압축한, 최초의 집적회로가 탄생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은 문서 작성에서 저장, 인터넷 서핑 및 통신까지 데스크탑 컴퓨터가 하는 일을 거의 다 한다. 이렇게 한 손에 작은 컴퓨터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트랜지스터(Transistor)와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의 발명 덕분이다.

반도체를 이용한 트랜지스터는 신호를 증폭하는 기기인 전구 모양의 진공관을 대체해 메인 프레임 컴퓨터의 크기를 줄여 놓았다. 이어서 집적회로가 발명되어 트랜지스터를 연결하는 전선까지 없애면서 더 작은 소형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집적회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집적회로가 만들어지기까지

집적회로란 전기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저항, 콘덴서, 코일 등이 하나의 반도체 기판 위에 분리될 수 없는 상태로 부착된 전자소자 시스템이다.

집적회로에는 모든 소자가 판화에 선을 새겨 넣듯이 실리콘에 새겨져 있다. 실리콘이 이 소자들을 연결하는 전선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집적회로는 컴퓨터 내부 소자들을 잇는 전선을 없애버렸다.

집적회로가 발명된 것은 1959년이고 상용화된 것은 1960년이지만, 전기회로를 압축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다.

구리를 입힌 플라스틱판 위에 전기 소자들을 새겨 넣는 방법이나, 프린트 회로 위에 트랜지스터와 다른 소자들을 조립해 진공관과 비슷한 소켓에 집어넣는 방식도 제안되었다.

이런 시도들은 수백, 수천 개의 전자 소자를 필요로 하는 컴퓨터나 유도 미사일과 같은 군사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더욱 증가하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게다가 수많은 전자 소자들을 일일이 손으로 연결하는 일은 너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해 첨단 장비를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952년 영국 왕립 레이더 시설에 근무하던 더머(G.W.A. Dummer, 1909~2002)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겨 넣는 방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기술 발달로 전자소자들을 전선에 연결할 필요 없이 고체 블록 하나에 집어넣는 것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트랜지스터가 있는 층과 정류층, 절연층을 겹겹이 쌓아 회로를 구성하고 이것들 일부분을 절단해 연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머의 아이디어는 영국 정부에서 전자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낮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한편, 미국의 벨연구소에서는 1950년대 중반에 사진석판기술(photolithography) 등 향상된 반도체 관련 기술을 활용해 단 하나의 실리콘 웨이퍼에 4개의 트랜지스터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4개의 트랜지스터로 만든 이 특수 회로는 AT&T사에서 전화 장비로 활용했다.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 회로가 단일 실리콘 웨이퍼에 ‘집적’되었다는 점에서 집적회로의 선조라고 할 수 있으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집적회로와는 형태가 다르다.

집적회로 발명하다

더머의 아이디어를 실현한 사람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에 근무하던 젊은 엔지니어 잭 킬비(Jack Kilby, 1923~2005)였다.

킬비는 단일 웨이퍼 위에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를 올려놓을 뿐 아니라 웨이퍼가 회로 내의 저항, 도체(conductor), 축전기(capacitor)의 역할을 겸할 수 있게 했다. 킬비는 이런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초의 집적회로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고, 1959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에서 이 회로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이에 대한 공로로 킬비는 200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페어차일드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던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 1927~1990) 역시 킬비의 집적회로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노이스가 연구하던 방법은 다수의 반도체 소자들을 알루미늄 선으로 연결한 회로를 실리콘 위에 심는 것으로, 킬비의 방법과 흡사했다. 노이스는 이렇게 만든 통합회로로 1961년에 특허를 획득했지만, 그 직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와 이 특허를 놓고 몇 년간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자 기기의 혁명이 일어나다

킬비의 발명은 사실 트랜지스터만큼 과학의 흐름을 바꾸어놓는 혁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킬비의 집적회로는 생산과 개발 과정에서 겪고 있던 어려움을 해결함으로써 전자장비들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장비의 성능을 급속하게 향상시켰다.

하지만 킬비의 집적회로는 바로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집적회로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는 단일 트랜지스터 제작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보다 크기가 커야 하는데, 크기가 커지면 쉽게 부서지고 오염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페어차일드나 텍사스사 모두 1962년 초 만 해도 소량의 회로밖에 제작할 수 없었다.

이 문제는 웨이퍼 생산 기술이 발전하고, 회로의 구성 요소를 더 작게 만드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해결될 수 있었고, 1965년에는 미국 전역의 25개 회사가 집적회로를 생산하게 됐다.

집적회로 아이디어는 여러 엔지니어에게 퍼져 라디오 증폭 장치나 텔레비전, 폴라로이드 등에 응용됐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집적회로들이 개발되면서 컴퓨터뿐만 아니라 라디오, 텔레비전, 카메라 등과 같은 다양한 전자제품의 성능이 향상되고 소형화될 수 있었다. 집적회로는 미국 국방성의 대대적인 후원 덕분에 개발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정에서 다양한 전자제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이바지했다.

진공관에서 초고집적회로의 발달 과정

우리의 일상은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 기술로 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전자제품으로 가득차 있다. 집적회로는 현재 회로 소자 수에 따라 소규모 집적회로(100개 미만), 중규모 집적회로(100~1,000개), 대규모 집적회로(1,000~10만 개), 초대규모 집적회로(10만 개 이상)로 구분된다. 이 집적도는 앞으로도 계속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트랜지스터
규소나 저마늄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세 겹으로 접합하여 만든 전자회로 구성요소이며, 전류나 전압 흐름을 조절하여 증폭, 스위치 역할을 함. 가볍고 소비전력이 적어 진공관을 대체하여 대부분 전자회로에 사용되었으며, 이후 이를 고밀도로 집적한 집적회로가 트랜지스터를 대체하게 됨.

반도체 웨이퍼
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판.

사진석판기술
반도체 웨이퍼 위에 감광액을 얇게 바른 후, 원하는 마스크 패턴을 올려놓고 빛을 가해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회로를 그리는 것.

<출처>네이버캐스트, 2012.02.07

Posted by TopA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