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마야 달력

올 여름 공상과학(SF) 영화 ‘2012’가 개봉된다. 대홍수가 지구를 덮친 이후 생존자들의 모험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제목이 2012인 것은 마야 달력에서 예측한 2012년 종말론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고대 마야인들의 달력은 BC 3114년부터 날짜계산을 시작해 5125년 후인 AD 2012년의 지구 종말 또는 대변혁을 예측하고 있다는 게 미스터리 추적자들의 주장이다. 마야 달력은 단순히 토속신앙을 반영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계문명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을 정도로 우수한 수학과 천문학 지식을 가졌던 고대 마야인들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범상치 않은 의미를 던져준다.

게다가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하다가 9세기를 전후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점도 마야 달력의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2012년 12월 23일. 이날 지구가 종말을 맞거나 대변혁이 일어난다.’ 이는 무속인, 또는 종말론자들이 주장하는 추상적 예언이 아니다. 외계문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높은 수학과 천문학 지식을 지녔던 고대 마야인들이 예측한 것이다.

마야문명은 8세기경에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를 만큼 번성했지만 9세기를 전후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같은 점이 마야 달력 및 이를 둘러싼 지구 종말 논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마야 달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고대 마야인들의 우주관에 따르면 지구에는 이미 3번의 종말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인류는 3번의 종말을 거친 후 탄생해 4번째 주기를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고대 마야인들의 달력에 따르면 지구 종말이나 대변혁의 주기는 5125년.

이 같은 주기를 전제로 하면 네 번째 지구 종말 또는 대변혁은 2012년 12월 23일 발생하게 된다. 마야문명은 지난 1840년대부터 발굴이 시작돼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짐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때 발굴된 마야 달력에서는 BC 3114년부터 날짜계산을 시작해 5125년 후인 2012년까지만 날짜계산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이후는 지구 종말 또는 대변혁이 예정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야 달력이 음모론자 또는 미스터리 추적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마야문명은 어느 날 갑자기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수학과 천문학이 매우 발달했다는 것.

둘째는 지구 종말 또는 대변혁의 핵심이 되는 마야 달력이 매우 정교하다는 점이다. 즉 고대 마야인들이 2012년 이후를 계산할 수 없어 이후의 달력을 만들지 못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

셋째는 2012년이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지구 위기 가 우려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2012년 종말론을 내세우는 종교 단체도 많다. 그렇다면 마야 달력은 과연 어떤 것인가. 고대 마야인들이 사용해온 달력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마야 달력은 외관상 몇 개의 동심원으로 구분되는 원형인데, 외부의 원 표시부와 내부 원 표시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며 계산이 이뤄진다.

가장 외부에 있는 원은 20개로 구분돼 서로 다른 날짜를 상징하는 그림문자들이 표시돼 있으며, 내부 원은 13개의 숫자 기호들로 구분돼 있다. 이들 그림문자와 숫자 기호들을 조합하면 모두 260일의 날짜가 만들어진다.

이를 쫄킨(Tzolkin)이라고 부르며, 일상적인 달력보다는 종교적인 제례를 위해 정확한 날짜를 헤아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고대 마야인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태양력도 사용했다. 고대 마야인들의 태양력은 1년을 18개월로 나누고, 한 달은 20일로 구분해 총 360일로 정했다.

여기에 마지막 19번째 달은 5일간으로 구성해 1년을 총 365일로 계산했다. 특히 고대 마야인 들이 사용한 태양력의 경우 태양을 기준으로 한 1년 을 365.2420일로 계산함에 따라 오늘날의 태양력인 365.2422일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이처럼 고대 마야인들은 260일을 한 사이클로 하는 쫄킨 달력과 365일이 1년인 태양력을 조합해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역법인 60갑자(甲子)가 10간 (干)과 12지(支)를 조합해 60년을 주기로 한 것과 유사하다.

또한 고대 마야인들은 쫄킨의 260일과 태양력의 365일을 조합해 1만8,980일을 주기로 순환돼는 역법을 사용했는데, 1만8,980일을 365일로 나누면 52년이 된다. 고대 마야인들은 52년마다 한 번의 주기가 끝난다는 의식에 따라 기존에 살던 도시를 버리고 새로운 도시로 이동하거나 기존의 피라미드 옆에 새로운 피라미드를 세우는 등의 변화를 모색했다.

2012년 지구 종말 또는 대변혁을 예측하고 있는 마야 달력은 이 같은 52년 주기, 그리고 이것이 모인 5125년을 토대로 한 것이다.

현대 천문학 수준의 정확성

고대 마야인들은 일식이나 월식 등의 각종 천문현상을 예측해 달력에 기록해 두었다. 이는 과거 세계 각국의 고대문명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즉 달력을 만들면서 각종 기후나 천문현상을 예측하려고 했던 것. 이 때문에 마야 달력을 지구 종말이나 대변혁을 예측한 것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스터리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얘기다. 또한 마야 달력은 토속신앙을 반영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수학과 천문학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마야 달력이 만들어 졌다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의미를 던져준다.

고대 마야인들은 이미 ‘0’의 개념을 알고 있었으며, 20진법을 사용했다. 마야 달력의 경우 이 같은 20진법을 토대로 계산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달이 완전히 찼다가 기울어지는 삭망주기를 29.5320일로 계산했는데, 이는 현대 천문학의 계산과 비교해 0.00039일의 오차만이 있을 뿐이다.

특히 고대 마야인들은 금성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관측해왔는데, 금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1년을 584일로 계산해냈다. 이 역시 현대 천문학의 583.092일과 비교할 때 1일 12초 수준의 오차만이 발생할 뿐이다.

현재 마야 달력을 증거삼아 종말론 또는 대변혁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신흥종교격인 뉴에이지 계열의 학자들이다. 마야 달력을 이용해 처음으로 종말론을 부각시킨 학자인 호세 아구레스(Jose Arguelles) 박사 역시 마야문명을 연구한 고고학자라 기보다는 뉴에이지 계열의 학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계인들과의 정신감응을 통해 대화를 한다는 채널러들은 지구로부터 약 380~440 광년 떨어진 플레이아데스(Pleiades) 성단 부근에 포톤 벨트(Photon Belt)가 존재하고 있으며, 지구는 2012년을 전후해 이 포톤벨트 대역에 진입하면서 육체적 존재에서 정신적 존재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뉴에이지 계열의 학자들이나 채널러들에게 2012년까지만 기록된 마야 달력은 꽤나 적절한 증거자료인 셈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일부 음모론자들은 고대 마야인들의 수학과 천문학 지식이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 미지의 외계문명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고대 마야인들은 미지의 외계문명으로부터 각종 지식과 함께 당시로서는 먼 미래인 2012 년의 지구 종말 또는 대변혁에 대한 정보도 입수, 이를 마야 달력에 남겼다는 것이다. 마야문명은 외계인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나올 만큼 우수한 수학과 천문학 지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마야문명이 외계문명에 대해 도전했거나 또 다른 이유로 인해 그렇게 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신비스러운 요소가 많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마야 달력의 2012년 지구 종말이나 대변혁 예측은 가볍게 흘려버리기 어려워진다.

마야달력은 BC 3114년을 시작으로 오는 2012년까지만 날짜계산이 되어있다. 하지만 마야인들의 수학능력을 감안할때 2012년 이후를 계산할 수 없어서 그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야인들의 지식은 외계문명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며, 이를 통해 당시로서는 먼 미래였던 2012년의 지구 대변혁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라고 음모론자들은 주장한다.



굳이 2012년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지구온난화, 슈퍼바이러스, 소행성 충돌 등

지구 대변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종말론, 과학적 근거까지 갖춰

마야 달력이 지구 종말이나 대변혁 시점으로 제시한 2012년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과학적 근거 때문이다. 실제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청 (NOAA) 산하 우주환경센터는 수년전부터 태양풍에 의한 지구 피해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즉 오는 2012 년에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에 불어 닥쳐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태양풍은 태양의 흑점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태양 흑점활동은 11년 주기로 극대화되고 있으며, 태양 흑점활동의 절정기인 2012 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태양풍이 지구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를 강타하면 인공위성의 오작동으로 인한 방송통신 장애 및 대규모 정전사태, 컴퓨터 등 전자장비 파손 등을 야기함으로써 측정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지구를 둘러싼 수많은 인공위성들이 궤도를 잃거나 지구를 향해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상황은 지구 자기장의 변화다. 거대한 자석에 비유 되는 지구는 북극과 남극의 양극에서 발생되는 자기장으로 인해 대기권이 형성되고 태양풍으로부터 지구의 생물을 보호한다. 결국 지구 자기장이 지구를 향해 쏟아지는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구 자기장은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속에 섞인 전하입자를 자석처럼 양극 지방으로 끌어당기며, 이 전하입자들이 지상 6만km 상공에서 도넛 모양의 방어막을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1958년 미국의 물리학자 밴앨런이 발견한 밴앨런 (Van Allen) 복사대다.

만약 이 보호막이 사라져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면 지구는 성층권 오존층의 소멸로 대기권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뜨거운 열과 방사능에 휩싸여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행성이 되고 만다.

문제는 이 같은 지구 자기장이 점차 균열되고 있으며, 심각한 약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하버드 대학과 NASA 과학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구의 자기장에 캘리포니아 주 크기의 균열이 생겼다고 보고한바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화산암과 고대 도자기속의 철 성분 연구를 통해 약 300년 전부터 지구의 자기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지구 자기장의 균열과 약화만을 지적한 것 이지만 지구물리학자 게리 글라츠 마이어의 지구 자 기장 변화 연구는 보다 큰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마이어는 NASA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지구 자기장 변화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약 10만년을 주기로 지구 자기장의 극성이 바뀌었으며, 극성이 바뀌기 전에는 자기장의 힘이 급격히 약화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지구는 극성이 바뀌려는 일종의 전조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 시기는 2012~2020년을 전후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2012년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지구 종말 또는 대변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은 넘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 슈퍼폭풍,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육지 침수, 조류독감 등의 슈퍼 바이러스 출현, 소행성 충돌 위협 등은 종말론자들의 예언이 아니라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마야문명의 경고 귀 기울여야

고대 마야인들의 달력은 그들의 우주관에 따른 5125 년 주기의 변화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마야 달력이 구체적으로 지구 종말이나 대변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야 달력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수천 년 간 지구를 지배해온 인류는 상당기간을 자연 또는 지구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1,00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구는 인류로 인해 파괴되기 시작했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는 수억 년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화석연료를 단 200여년의 기간에 고갈위기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또한 인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오염물을 쏟아내며 지구를 파괴해 왔다. 마야 달력의 2012년 지구 종말이나 대변혁 예측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의 논쟁에 앞서 지구의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지구와 같은 환경파괴와 종말 위기를 경험한 미지의 외계문명이 고대 마야인의 달력을 통해 지구인에게 무엇인가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공상과학(SF) 영화인 ‘인디펜던스데이’와 ‘투모로우’ 등을 감독했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새 영화인 ‘2012’가 올 여름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아의 홍수를 연상케 하는 대홍수가 지구를 덮친 이후 생존자들의 모험을 소재로 한 묵시록적 영화의 제목이 2012인 까닭은 마야 달력에서 예측하는 2012년 종말론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마야 달력의 예측을 새롭게 각인시키며 새로운 위기론을 부추길지도 모르지만 마야 달력이 전해주는 경고 메시지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류는 오랜세월 지구를 지배해오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왔다. 하지만 1,000년도 안되는 기긴동안 인류가 자행한 갖가지 행위들로 인해 지구는 걷잡을 수없이 파괴되고 있다.

<출처>파퓰러사이언스, 2009-03-06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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