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의 총아,컴퓨터

흔히 21세기를 정보화시대라 말한다. 인터넷과 같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네트워크가 지구촌 구석구석을 연결해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고 방송과 통신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TV와 휴대폰 보급을 가속화시켰다. 어디 이뿐인가? 이제 컴퓨터가 없으면 웬만한 업무처리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처럼 인터넷을 포함해 컴퓨터, 휴대폰, TV, MP3 플레이어, 냉장고, 세탁기 등 네트워크와 디지털 기기가 눈부신 발전을 이룬 배경은 반도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는 현대문명의 총아라 불리는 컴퓨터를 탄생시켰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반도체도 한계는 있다. 반도체는 실리콘웨이퍼 위에 빛에 반응하는 감광제를 바른 다음 회로도가 그려진 필름을 덧씌우고 자외선을 쪼이는 과정을 반복해 만든다. 하지만 자외선 파장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선폭 두께가 0.1㎛(미크론)이라 그 이하의 크기로는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여기에 점점 집적도가 높아지다 보니 회로 간격이 좁아져 오작동에 발열까지 심하게 발생한다.

물론 하프늄 기반 하이-K와 메탈 게이트,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하면 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기존 반도체와 컴퓨터 개념을 뒤엎을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디지털 세상의 장밋빛 미래는 낙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산화·환원 반응 이용해 데이터 전달


현재 연구되고 있는 차세대 컴퓨터 후보로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와 바이오컴퓨터(Bio Computer)가 대표적이다. 특히 바이오컴퓨터는 최근 NT(Nano Technology)와 BT(Bio Technology) 기술의 발전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컴퓨터란 단백질, DNA, RNA 등 유기물로 이루어진 컴퓨터를 말한다. SF(Science Fiction)영화 '에일리언'에서 등장하는 인조인간을 살펴보면 끈적끈적한 액체와 튜브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바이오컴퓨터라고 보면 된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반도체로 만든 컴퓨터는 데이터를 처리할 때 전기적 신호에 의해 상태를 구분하고 지정된 장소에 전달한다. 이는 생명체도 마찬가지다.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은 인접한 분자와 산화, 환원 상태가 다르며 서로 전자를 전달하면서 미세한 전류를 일정한 방향으로 흘려보낸다.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손가락에 있는 감각세포가 이를 판단해 뇌로 전달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된다. 세포도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는 말이다.



바이오컴퓨터는 바로 이런 단백질의 특성을 이용한다. 예컨대 단백질을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시키고 전기나 빛으로 자극하면 전기적 응답신호를 보낸다. 이런 현상은 반도체의 기본요소인 다이오드와 일맥상통한다. 전자의 흐름에 따라 전기적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어렵겠지만 컴퓨터가 어떻게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살펴보자. 컴퓨터는 모든 데이터를 0과 1의 2진법으로 처리한다. 예컨대 한글로 '사랑해'라고 입력하면 사용자 눈에는 문자만 보이지만 사실 컴퓨터 내부에서는 '010100111010111…'로 표현되는 식이다. 0과 1을 사용하는 2진법을 단백질의 산화, 환원 반응(산화를 0, 환원을 1)에 대입시켰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표 크기에 슈퍼컴퓨터 만들 수 있어


원리는 알았지만 실제로 단백질 분자를 마음먹은 대로 배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정우 교수는 "나노 단위에서 분자 구조를 마음먹은 대로 바꿔야 하고 여기에 전자의 움직임을 조절해야 한다"면서 "특히 전자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생물분자막은 여러 단백질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는데 이를 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뿐이 아니다. 바이오컴퓨터는 유기물로 만들어져 있어 상온에서 쉽게 부패한다. 최정우 교수는 "현재 만들어진 바이오 메모리를 상온에서 이틀 정도면 성능이 떨어지고 단백질이 산화, 환원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바이오 메모리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서강대학교 바이오전자소자 사업단은 단백질의 산화, 환원 기능을 전압에 따라 조절하고 외부전위를 이용해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처럼 '읽기', '쓰기', '지우기'를 실제로 만들어내 국제 학술지 'Applied physics letters'에 소개되기도 했다.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단백질 분자로 증명한 것이다.

바이오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최정우 교수는 "바이오컴퓨터는 발열 걱정이 없어 얼마든지 병렬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집적도가 높다"면서

"우표 크기만한 바이오컴퓨터에 수십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며 성능은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상상해 보자.

반창고 크기만한 컴퓨터를 몸에 붙이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물론 상대방과 악수를 하기만 해도 인체에 흐르는 미세 전류를 통해 서로의 기본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또한 노트북과 휴대폰을 들고다닐 필요 없이 몸속에 이식하는 임플란트도 가능하다.

여기에 세포의 기본 기능 중 하나인 자가 복제 기능을 더하면 손상을 입어도 스스로 본체를 복구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올법한 이야기다.

최정우 교수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전자 사업은 기업이 아닌 국가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연간 10억원씩 9년 동안 투자하고 있는 중"이라며 "많은 문제가 쌓여있지만 차세대 컴퓨터를 우리 손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Buzz, 2008-05-26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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