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씨앗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사뿐히 날아오르거나 사뿐히 내려앉는 것은?
활주로를 빠르게 달려 양력을 받아 이륙하는 비행기와 달리 단풍나무 씨앗같이 생긴 날개를 회전시키면서 양력과 추진력을 만들어 비행하는 헬리콥터는 수직으로 이륙하거나 착륙하는 것은 물론 앞뒤, 좌우로 움직이거나 공중에서 정지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고 생김새를 모방해 헬리콥터를 만들었다.

사람이 자연 현상을 보고 만든 발명품은 헬리콥터만이 아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호주의 이안 소프 선수는 상어 피부를 모방한 전신 수영복을 입어 화제였다. 이 수영복은 소용돌이치는 물결이 표면에 닿지 않고 밀려나게 해 저항을 줄여 앞으로 나아가는 속력을 증가시키는 상어 피부의 특성을 살려 개발됐다.

인공근육의 모델 골격근

“사람 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기능을 모방해 인공근육을 개발한다면 근육이 손상된 환자에게 이식해 진짜 근육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생체인공근육연구단을 이끄는 한양대 전기제어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의 말이다. 연구단에서는 실제 근육처럼 움직이는 인공근육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김 교수는 “인공근육을 개발하는 데 가장 먼저 알아야할 것은 근육을 이루고 있는 성분들의 구조와 근육이 움직이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여러 근육 가운데에서도 우리 몸의 자세를 조절하는 골격근의 구조와 기능을 본떠 인공근육을 개발하고자 한다. 스스로 움직이며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 심장근이나 내장근과 달리, 골격근은 대뇌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즉시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른 근육에 비해 동작이나 자세가 다양하다. 이렇게 골격근이 자유롭게 수축과 이완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결’에 있다.

닭고기나 쇠고기를 찢을 때 결이 난 모양에 따라 찢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육이 여러 근섬유 다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근섬유 역시 최소 단위가 아니며 지름이 1~2㎛(마이크로미터, 1㎛=10-6m)인 근원섬유가 모인 다발이다.
이런 구조적 특징이 근육을 유연하고 튼튼하게 만든다. 가느다란 실 여러 가닥을 엮어 만든 밧줄이 한 가닥의 두꺼운 밧줄보다 더 유연하고 양 옆에서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근원섬유를 구성하는 단백질 필라멘트인 미오신과 액틴은 서로 엇갈려있다. 염주처럼 생긴 가느다란 끈 두 개가 서로 꼬인 모양인 액틴은 굵은 미오신과 미오신 사이를 미끄러져 들어가거나 나오면서 근육을 수축시키거나 이완시킨다.

대뇌에서 ‘수축해라’ 명령을 내리면 운동신경을 통해 전기신호 형태로 근육까지 전해진다. 근육에 자극이 도달하면 액틴이 미오신과 미오신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근원섬유가 수축한다. 그 결과 근섬유가 수축하고 근육 전체 길이가 짧아진다.

이때 근육을 수축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근육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호흡을 하면서 생성한 ATP가 공급한다. 반대로 대뇌가 ‘이완해라’ 명령을 내리면 액틴이 미오신과 미오신 사이에서 미끄러져 나와 원상태로 돌아온다.

생체근육 따라잡기

김 교수는 “인공근육을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생체근육에 가장 가깝게 재현하는 데 있다”며 “근섬유처럼 수축과 이완이 가능한 재료를 찾는 일, 인공근육이 움직일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 그리고 대뇌의 전기신호를 받아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일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인공근육의 재료로 외부에서 자극을 받으면 형태가 쉽게 변하는 DNA에 주목했다. 그러나 DNA는 액체 속으로 들어가면 쉽게 녹기 때문에 인공근육 재료가 되려면 그 형태를 고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화학약품을 사용해 DNA를 두부처럼 부드러운 형태인 ‘하이드로겔’로 굳혔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DNA 하이드로겔 안에는 화학약품이 남았다.

연구단은 지난해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고도 DNA를 하이드로겔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 그 연구 결과를 저명한 독일 화학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에 실었다. 김 교수는 “DNA를 이온성액체에 넣으면 자발적으로 서로 엉켜 도너츠 모양을 만들면서 겔 형태가 된다”며 “DNA를 굳힌 뒤 이온성액체를 제거하면 순수하게 DNA로만 이뤄진 하이드로겔이 된다”고 설명했다. DNA 하이드로겔은 사용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만들 수 있어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단은 DNA 하이드로겔을 인공근육으로 응용하기 위해 DNA처럼 수축과 이완이 되면서 전기적인 특성이 탁월한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Tube)를 접목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여러 나라에서 인공근육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으나 이온이 이동하면서 생기는 수축과 이완의 정도가 매우 작은 단점이 있다.

연구단은 DNA가 탄소나노튜브 주위를 감는 자연적인 성질을 이용해 복합체인 DNA/CNT 하이브리드 섬유를 만들었다. DNA/CNT 하이브리드 섬유는 DNA와 탄소나노튜브가 가진 인공근육 재료로써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DNA는 탄소나노튜브 덕분에 더욱 안정한 구조를 갖게 됐다.

탄소나노튜브는 DNA를 감아놓은 덕분에 전해질에 넣으면 다른 탄소나노튜브들과 끈끈하게 붙어 있던 다발에서 벗어나 서로 떨어진다. 결국 표면적이 넓어져 이온이 붙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고 수축과 이완이 잘 된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2월 재료 학계에서 유명한 저널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에 실렸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인공근육 재료로 개발된 물질들 가운데 DNA/CNT 하이브리드 섬유가 인공근육 개발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인공근육 에너지원 나노 바이오 연료전지
인공근육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찾았지만 완전한 인공근육을 개발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공근육을 움직일 때 소모하는 에너지원과 대뇌에서 전달된 전기신호를 받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단은 몸속에서 포도당을 태울 때 전자가 생긴다는 사실에 착안해 ‘나노 바이오 연료전지’를 떠올렸다. 김 교수는 “포도당을 분해할 때 생기는 전자를 이동시키면 에너지가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나노 바이오 연료전지가 실제로 가능한 지에 대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연구를 했다. 연구단이 구상한 나노 바이오 연료전지는 몸속에서 음식물을 소화할 때 철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페리틴’ 단백질을 이용했다.

포도당의 산화와 산소의 환원을 이용하는 연료전지에서 산화전극 재료는 페리틴을 사용하고 환원전극은 백금으로 치환된 페리틴을 사용했다. 이 연료전지로 실험을 한 결과 미세한 전류가 만들어졌다.

김 교수는 “이런 실험 결과는 나노 바이오 연료전지가 인공근육을 가동시키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페리틴을 인공근육을 가동시키는 에너지원으로 응용하려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포도당을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뇌에서 보낸 전기신호를 받는 방법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인공근육이 생체근육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크기와 방향의 힘을 내려면 무엇보다도 대뇌의 명령을 해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뇌의 명령을 해석해 근육을 움직인다는 말은 대뇌에서 전달된 전기 신호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꾼다는 말이다. 연구단은 소리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인공 달팽이관의 원리를 뒤집어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면 몸속에 있는 근육과 조화를 이뤄 진짜 근육처럼 대뇌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생체인공근육 시스템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단은 해결해야할 과제를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인공근육 개발이 너무 멀리 있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인공근육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에 있다”며 “연구단 입장에서는 DNA/CNT 하이브리드 섬유를 개발해 인공근육 개발에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사실이 의미 깊다”고 강조했다.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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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시영 2009.07.07 0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이라 담아갑니다 *^^*

  2. 유나 2012.02.05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이라 담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