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비비디바비디부~

모 통신사 광고 음악이다. 생각대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지만 현실에서는 생각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돈이나 시간 등 다른 장벽들도 많겠지만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신체적인 한계다. 가령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어버렸다면 생각대로 모든 것을 해내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생각만 하면 움직일 수 있는 기계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두드러진 발전을 보이는 곳은 인공 손과 전동 휠체어. 손과 발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마법 같은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인공 손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조작할 날도 멀지 않았다. 그 기술들을 모아 소개한다.

1년 전 이탈리아, 25세의 피에르파올로 페트루치엘로는 교통사고로 왼팔 팔꿈치 아래를 절단했다. 손이 하나 사라지고 불편한 생활을 하던 페트루치엘로는 최근 잘려진 팔꿈치 대신 인공 손을 이식받고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주먹을 펴거나 쥐는 것은 물론 손가락을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는 등 마음먹은 대로 인공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공 손은 몸의 신경망과 로봇을 전선으로 연결해 뇌의 명령을 전달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탈리아의 라이프핸드프로젝트 연구팀은 잘린 팔꿈치의 남아 있는 신경에 전극봉을 이식한 뒤 머리카락 굵기의 가는 전선을 인공 손과 연결시켰다. 그 전선을 통해 명령이 전달됐고, 인공 손은 한 달 동안 뇌가 명령한 동작을 95%나 정확히 수행해 내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스웨덴에서 개발된 인공 손은 감각까지 전달할 수 있다. 4년 전 오른쪽 손목에 생긴 악성 종양 때문에 오른손을 절단해야 했던 스웨덴 청년 로빈은 지난 10월 인공 팔을 이식 받고 잃어버린 감각을 찾을 수 있었다.

‘스마트핸드’라는 이름의 로봇 팔에는 4개의 전기 모터와 40개의 압력 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의수 형태로 제작된 이 로봇 팔은 손가락이 닿는 부분의 촉감을 착용자에게 미세한 진동으로 전달한다. 현재 연구팀은 전선과 모터 장치를 축소해 이질감 없는 디자인의 로봇팔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생체공학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인공 손가락이 공개됐다. 터치바이오닉스사가 출시한 ‘프로디지트’(ProDigits)로 가볍고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에 초소형 모터가 부착됐다. 프로디지트로는 구부리거나 쥐는 동작을 할 수 있어 물건을 가리키거나 집어들 수 있다.

이 장치 역시 뇌가 평상시처럼 신경과 근육에 보내는 신호를 이용한다. 정밀한 감지 장치가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감지해 인공 손가락으로 전달하고, 여기에 부착된 소형 모터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암투병으로 손가락을 모두 잃은 에릭 존스는 이 기술의 도움을 받아 레고 블록을 집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심한 화상으로 오른손의 손가락 4개와 관절뼈까지 잃고 불편을 겪던 프랭크 흐라바넥도 절단된 왼손에 인공보철 장착하고 플라스틱 상자를 열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는 생각대로 움직이는 전동 휠체어가 개발됐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도요타자동차 등은 지난 6월 이 기술을 발표해 직접 시험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동 휠체어는 뇌파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분석해 전동휠체어를 0.125초 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오른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왼쪽 부분의 뇌파 진동이 줄어들고, 왼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오른쪽 부분의 뇌파 진동이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뇌파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과 상상 운동의 패턴을 세밀히 분리할 수 있는 신호처리 방법을 개발해 전동 휠체어에 장착했다.

이 전동 휠체어는 사용자가 두 발로 걷는 상상을 하면 직진을 하고, 오른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우회전, 왼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좌회전을 하게 만들어져 있다. 만약 손발의 상상 운동이 약하면 휠체어가 정지하게 되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빰 근육을 움직이면 곧바로 정지하는 시스템도 마련해뒀다.

우리나라도 근육이 수축할 때 나타나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움직이는 ‘근전 휠체어’가 개발돼 있다. 척추 손상환자들은 몸 전체나 손과 발 등 몸의 상당 부분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눈동자의 위치나 턱 등 목 위의 변화만 감지해 조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런 휠체어들은 어금니를 물기만 해도 방향을 돌릴 수 있는데, 이를 물 때 얼굴 근육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이 기술은 2005년 국립재활원에서 임상시험을 마쳤다.

이렇게 생각만으로 또는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보조기구들이 나오고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신체와 더 비슷한 모양과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공 팔이 등장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른다. 또 더 정밀하게 사람의 생각을 읽고 움직이는 휠체어도 나올 것이다.

마음의 장애만 없다면 못해낼 것이 없는 세상이 다가온다. 비비디바비디부~ 주문을 외워보자.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되는 세상은 당신의 마음에 달린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과학향기, 제 1024 호/2009-12-21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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