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FDA, 망막 보조기구 시판 승인

 

사람이 가진 감각 중 가장 중요한 감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각이다. 헬렌 켈러(Helen Keller)의 말대로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첨단기술이 선을 보이는 오늘날에도 선천적인 문제나 사고 또는 질병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앞을 볼 수 없는 환자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이런 시각 장애 환자들 중 색소성 망막염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환자들에게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유전성 망막질환인 색소성 망막염 환자들의 시력을 일부 회복시킬 수 있는 최초의 인공망막을 지난달 14일 승인한 것.


유전성 망막질환 중 하나인 색소성 망막염은 망막의 감광세포가 손상되어 주변시력이나 야간시력, 그리고 중심시력들이 차례로 퇴화하다가 나중에는 완전 실명상태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망막 기능을 지원해 주는 보조장치, 아르거스 II


IT 전문 매체인 엔가제트(engadget)는 온라인 판을 통해 미국의 국립 눈연구소와 국립과학재단, 그리고 시각보조 전문업체인 세컨드사이트(Second Sight) 사가 공동협력을 통해 개발한 망막이식 기기인 ‘아르거스 II(Argus II Retinal Prosthesis System)’가 FDA의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정식으로 판매하게 되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인공망막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아르거스 II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망막에 전원 그리드를 이식하여 시신경을 자극하는 보조장치이기 때문에, 이 장치로 환자의 시력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어둠과 밝음을 구분하고 물체의 형상을 감지할 수 있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의료계는 예상하고 있다.


FDA가 승인한 망막이식 보조장치의 사용범위를 살펴보면, 색소성 망막염이 상당히 진행된 2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빛은 보이지만 그 빛의 출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와 빛은 볼 수 없지만 망막 기능이 일부 남아 있고 실명 전에 물체의 기본적인 형태와 모양을 구분할 수 있었던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엔가제트의 보도에 따르면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색소성 망막증 환자 중 4천 명 정도가 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시험에서는 색깔이 있는 양말의 짝 등을 구분하거나 큰 글자 또는 큰 문장 등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경을 자극하여 점자 패턴으로 인식


아르거스 II는 안경에 설치된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송신기, 그리고 비디오 처리장치와 망막에 이식된 전극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디오 카메라에 잡힌 영상은 유선으로 비디오 처리장치로 보내져 전자데이터로 전환되고 이 데이터가 무선으로 전극판에 전송된다. 전극판의 전극은 망막을 자극하여 시각 데이터가 시신경을 통해 뇌로 보내지는데 이것이 아르거스 II의 작동 메커니즘이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세컨드사이트 사의 토마스 로리첸(Thomas Lauritzen) 연구원은 “아르거스 II는 사실상 시력을 거의 상실한 중증 환자의 망막에 직접 이식하는 전자 신경전달 기기(Neuroprosthetic Device)로서 망막이 손상된 환자의 시신경 말단을 직접 자극하여 일정한 점자 패턴이 보이게끔 만드는 기구”라고 소개했다.

 

 


세컨드사이트의 연구진은 맹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망막에 이식한 후에 이를 직접 자극하는 카메라를 보조기구로 사용했다. 그 결과 환자들은 손가락 끝으로 점자를 느끼는 대신에 카메라를 통해서 투사된 점자 패턴을 볼 수 있었으며 89%의 정확성을 가지고 1초 안에 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로리첸 연구원은 “이 방법은 전극을 통한 자극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포함하지 않았지만 환자들은 쉽게 문자를 인식했다.”며, “환자가 쉽게 개별 전극에 대한 신호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훌륭한 공간적 해상도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로리첸 연구원은 “이를 응용할 수 있다면 점자책이 아니라도 일종의 증강현실 기기를 이용해서 책을 읽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실 종이책 자체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며, “디바이스를 통해 점자책을 직접 읽을 수 있게 된다면, 그동안 점자화된 책만 읽을 수 있었던 시각장애 환자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스위스 로잔공대(EPFL) 신경의지학 연구소의 실베스트로 미세라 (Silvestro Micera)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이 분야의 기술발전과 적응 가능한 해결책을 위해서 새로운 신경전달 기기와 연관된 임상실험의 중요성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외부 환경을 눈으로 인식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


세컨드사이트 연구진은 아르거스 II가 망막이 하는 기능을 대신하는 보조장치이기 때문에 사실 인공 망막이라고 불러도 틀린 표현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현재 이식할 수 있는 전극 자체가 60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 망막이라고 부를 만큼 기술적으로 세밀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망막이식 기술의 경우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진은 아르거스 II의 읽기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문자인식 소프트웨어가 부가된 텍스트 읽기 기능을 대안으로 하여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거스 II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텍스트만 읽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카메라와 연동하여 외부 환경을 인공 망막을 통해 직접 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저해상도나 흑백 화면이라고 할지라도 눈을 통해 직접 보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아르거스 II의 가격은 10만 달러 정도로 매우 비싼 편이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양산이 되면 가격은 떨어지고 성능은 개선되어 더 안전한 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래에는 좀더 완벽한 형태의 시력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인공 망막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아르거스 II와 유사한 인공망막 연구는 망막에 남아 있는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부터 시작하여 뇌에 있는 시력을 관장하는 부위를 직접 자극하는 방법까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능과 안전성면에서 만족할 만한 인공망막 제품은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출처>ScienceTimes, 2013.03.12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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