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것은 공상과학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만약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인공 팔다리를 움직인다는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가능해진다면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사지가 마비된 사람이 더욱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공군 조종사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한꺼번에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이번 주 네이처誌에는 미래를 한 걸음 앞당기는 염력(念力: 생각만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힘)의 사용과 관련된 2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중 하나는 브라운대학의 존 도노휴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것으로, 전신 마비에 가까운 마비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뇌 속에 심어진 전자 칩을 통해 생각을 전달해서 인공 팔과 같은 장치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른 하나는 스탠포드대학의 크리슈나 셰노이의 지휘 속에, 이러한 장치의 작동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뇌파 전달법을 제시하고 있다.


도노휴 박사는 MN(사생활 보호를 위한 가명)이라는 25세의 청년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MN은 3년 전 등에 자상을 입으면서 척수가 끊어졌고, 이 후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어깨를 움직이거나 고개를 돌리는 것만 겨우 가능할 뿐 혼자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심각한 마비 환자였다.


그의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서 연구진은 ‘브레인게이트(BrainGate)’라는 장치[브라운대학 산하 기업 사이버키네틱(Cyberkinetics)社 제작]를 그의 두개골에 삽입했다. 브레인게이트는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은 금으로 된 전극 100개가 심어져 있는 폭 0.5㎝ 미만의 실리콘칩이다. 각각의 전극 끝은 신경 세포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를 통해 100개의 신경 세포 활동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센서를 의식적인 움직임을 관장하는 일차 운동 피질에 삽입했다. 각각의 전극에서 감지한 신경 세포 활동은 실리콘칩에 부착된 전선을 통해 MN의 머리 위에 있는 플러그로 연결되었고, 이것은 다시 케이블선을 통해 컴퓨터로 전송되어 연구진이 패턴을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9개월에 걸친 실험 기간 동안 MN은 57번에 걸친 실험에 참여했다. 각각의 실험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특정 활동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MN이 특정 행동을 머릿속에 그리는 동안 브레인게이트는 신경 세포 100개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을 신호 처리 소프트웨어로 전송해서 패턴을 찾아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MN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인식하면, 그는 이 행동을 실제로 시도했다.


시스템 작동법을 배운 후 MN은 대부분의 실험에서 가상 이메일을 열어보거나 간단한 컴퓨터 게임을 하고 TV 채널을 바꾸거나 음량을 조절하는 등의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는 대화 중에도 이 같은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그 후 연구진은 장치를 그의 의수에 연결시켰다. 이렇게 하자 MN은 마음대로 손을 쥐었다 폈다 할 수 있었고, 다른 로봇 장치에 연결된 후에는 사탕을 집어서 기술자의 손에 떨어뜨릴 수 있었다.


이번 연구가 환자의 움직임을 도울 수 있는 것말고도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척수 손상으로 몸이 마비된 사람들을 통해 사지가 마비된 지 3년이 지난 후에도 MN의 일차 운동 피질에서 신경 세포가 계속 활동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척수가 손상되면 뇌의 기능이 크게 변하여 운동 피질이 활동을 멈추고 퇴화한다고 생각했다.


도노휴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이제 두번째 실험 참여자인 55세의 남성에게 브레인게이트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물론 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 두명을 상대로 한 실험 모두 실리콘칩을 두개골에 삽입한 후 수개월이 흐르면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다. 그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전기선으로 연결된 칩이 피부에 삽입되는 경우 환자가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시스템을 무균 상태로 통제할 수 없는 병원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장치의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진은 피부에 침투시키지 않고 두피 위에만 센서를 부착시키면 수백만개에 달하는 신경 세포의 평균적 움직임 밖에는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신호가 흐려져서 전달 속도나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도나휴 박사는 이 장치를 응용해서 생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휠체어를 개발하려고 한다. 또 전신 마비는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호흡을 조절하거나 대소변을 가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지점에 시스템을 연결해서 몸이 마비되었던 사람들이 걸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셰노이 박사가 진행한 또 다른 대표적인 연구로는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이미 개발된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있다. 말은 할 수 없어도 눈동자를 움직일 수 있는 환자가 글자나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쳐다보면 환자의 안구 움직임을 감지해서 메시지를 작성하는 기계는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느리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셰노이 박사는 도나휴 박사의 장치와 비슷한 방식으로 뇌에 센서를 삽입해서 기계의 작동 속도를 좀 더 높이고자 했다. 실제로, 아직 임상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원숭이를 대상으로 꾸준히 실험을 하고 있다. 실험에서 연구팀은 붉은털 원숭이 두 마리를 컴퓨터 화면 상에 나타나는 운동 물체를 쫓아가도록 훈련시키고, 뇌에서 운동 피질에 명령을 전달하는 부위인 척수 전운동 피질에 센서를 삽입했다. 해당 부위의 신경 세포 활동을 관찰한 이들은 원숭이가 움직이기 전에 어느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 알아맞힐 수 있었고, 원숭이가 묶여 있어서 움직임이 불가능할 때조차도 움직이려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성과가 눈으로 글자를 선택해서 메시지를 작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셰노이 박사는 자신이 고안한 방법을 사용하면 현재 속도보다 훨씬 빠른 분당 15개의 단어 조합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몸에 별다른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확장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보일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사이보그(cyborg)’의 시대는 공상과학 소설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출처> SERI, Economic, 2006. 7. 13

Posted by To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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