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정착해 살아갈 최적의 후보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두 개의 붉은색 별이 떠 있다. 하나는 지구에서 640광년이나 떨어진 오리온자리 1등급 항성 ‘베텔게우스(Betelgeuse)’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에서 네 번째 궤도를 도는 행성 ‘화성’이다. 사막과 황무지로 덮인 화성은 그동안 ‘죽음의 땅’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지구 다음으로 높다고 알려지며 태양계 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제 2의 지구’로서 인간이 정착해 살아갈 최적의 후보지로도 꼽힌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2011년 11월 대형탐사로봇을 탑재한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호를 발사했다. 첨단장비를 탑재한 큐리오시티는 2012년 3월 14일 오전 1시 35분 기준 지구에서 5,783만 9,605km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다. 화성의 대기권 외곽에 도달하는 예정시간은 오는 8월 5일이다. 이날까지 큐리오시티는 최대 시속 2만 1,200km의 속도로 2억 8,608만 9,601km를 더 날아가야 한다.

화성에서의 물의 존재는 이미 확인됐으니, 이제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점검할 순서다. 토양과 대기를 분석하는 큐리오시티의 임무가 2018년에 끝나면, 채취된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또 다른 탐사선이 발사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2020년대 후반이면 마침내 인간이 화성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은 ‘마스 오디세이(Mars Odyssey)’호 덕분이다. 물을 발견하면서 화성 개척의 가능성이 더욱 커졌고 화성 탐사 일정이 탄력을 받은 것이다.

생명체가 살아가거나 인간이 거주하려면 ‘물’이 필요하다. 화성에 물이 있다면 과거에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앞으로 인간이 살아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NASA는 2001년 4월 7일 화성의 궤도를 돌며 조사하는 탐사위성 마스 오디세이호를 발사하고 1년이 지난 5월 28일 놀라운 발표를 한다. 위성에 탑재된 분광기가 화성 지표면의 90cm 아래에서 수소 감마선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이 신호는 화성 내부에 거대한 얼음 저수지가 존재한다는 결정적 증거였다. 얼음의 양도 엄청났다. 모두 녹일 경우 화성 전체가 500m 깊이의 물로 채워질 정도다.

화성 탐사는 1960년대에 시작됐다. 이 시기에 구소련과 미국은 경쟁을 벌이며 탐사선을 발사했다. 화성의 과거 역사를 알아내고 미래 이주 가능성을 점검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3분의 2 이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화성의 저주(the Mars Curse)’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러던 1965년 미국의 마리너 4호가 화성의 궤도에 접근해 최초로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면서 탐사가 본격화됐다. 1971년 11월에는 마리너 9호가 화성 궤도에 안착했고 1971년 12월에는 구소련의 마스 3호가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 1976년에는 바이킹 1호와 2호도 화성에 착륙해 수많은 자료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이후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계속 나타났다. 2007년 발사된 화성탐사선 ‘피닉스(Phoenix)’호는 마스 오디세이의 자료를 근거로 화성을 재조사해서 물의 존재를 이듬해 공식적으로 확정지었다. 2010년에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진이 마스 오디세이가 보내온 사진을 연구해서 과거 화성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사진에 보이는 눈물방울 모양의 지형이 수백만 년 전 깊은 바다에서 형성됐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에는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Opportunity)’호가 석고 광맥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석고는 황산칼슘과 액체 상태의 물이 반응해서 만들어지므로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한때 화성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다면 생명체가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화성의 환경은 예전이 훨씬 더 나았다. 사막지형도 아니었고 대기의 양도 지금보다 많았다. 현재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1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화성이 사막으로 변한 것은 내부의 핵이 굳으면서 자기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기장이 있었다면 태양에서 날아오는 방사능 물질과 유해한 빛을 차단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호막이 사라지자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화성 대기를 우주로 날려버렸다. 이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됐다.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과거 화성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많은 양의 얼음이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을 구할 수 있다면 앞으로 인간이 살아갈 기지를 건설하는 일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화성의 역사를 알아내는 것만큼이나 미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도 의미가 크다.


[그림 2] 크기별로 비교한 3대의 화성탐사로봇. 왼쪽 아래가 1997년 착륙한 최초의 화성탐사로봇 ‘소저너(Sojourner)’로 무게가 10킬로그램이고 초당 1센티미터의 속도로 이동한다. 왼쪽 위는 2004년 착륙한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호에 실린 쌍둥이 탐사로봇, 오른쪽 위가 2011년 11월 발사된 탐사선 ‘큐리오시티’ 호에 탑재된 대형로봇이다. 사진 출처 : NASA

화성 탐사선은 달 탐사선과 달리 발사 가능한 시기가 따로 있다. 화성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다. 화성 탐사선 발사의 창은 약 780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 시기에만 열린다. 만약 2011년 11월에 발사하지 못했다면 2014년 1월까지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결국 화성에 착륙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마스 오디세이가 발견한 물을 이용해 기지를 만들고 화성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화성은 붉은색 죽음의 별이 아닌 제2의 지구가 되어 인간을 받아들일 것이다.

글 :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출처> NDSL, 20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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